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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원산國이 다르더라… 혹시나 재고名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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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원산國이 다르더라… 혹시나 재고名品?

입력
2002.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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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서민옥(33)씨는 지난 주 동창회 모임에 갔다가 기분이 상해 돌아왔다. 이 모임에 가려고 거금 60만원을 주고 소위 명품이라는 브랜드 핸드백을 샀던 서씨는 동종 브랜드업체의 가방을 매고 온 친구와 이들 제품의 원산지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것이 옛날 모델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씨는 다음날 친구가 샀다는 가방 매장을 찾아본 결과, 똑같은 브랜드인데도 그의 가방은 영국산인데 반해, 자신의 제품은 이탈리아 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격도 10% 가량 비싼 것을 확인하고는 낭패감에 사로잡혔다.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고가 명품들 중 일부가 재고품 또는 구형 모델인 것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뛰어난 디자인과 품질, 희소성을 생명으로 하는 고가 명품들 일부가 국내에서 이처럼 거래되는 것은 명품 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수입사들의 상혼과 국내 수입 다변화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 명품 회사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제조에서 유통, 판매, 가격정책, 재고 관리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점이 특징이다. 일부 명품사는 재고품이 시중에 나돌지 않도록 아예 멀쩡한 제품을 폐기 처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품 판매가 증가하면서 상당수 명품업체들이 물류나 유통을 위해 대륙별로 거점 국가를 선정,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자사 제품을 생산한다. 이 경우 디자인, 원단 등 일련의 제조 비법은 본사가 정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동일한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한다. 품질 유지를 위해 가죽이나 합성피혁 제품은 가죽 전문가들이 많은 이탈리아에서, 화장품은 프랑스나 스페인, 미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 모조제품이 나오는가 하면, 진짜 명품들이 원산지에 따라 다소 품질과 가격에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품인 루이뷔통 제품의 경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 곳으로 만들어져 유통된다. 버버리도 영국 이탈리아 일본산이 혼재한 채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인 샤넬도 프랑스 산이 주를 이루지만, 일부 미국 제품이 판매되기도 한다. 제품 질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는 제조 공장을 만들지 않고 철저한 패밀리 비즈니스를 한다는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일부도 포르투갈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값이 유독 싸고 원산국이 다른 명품이 판매되는 것은 일부 명품 수입사들이 재고품 전문 취급점인 외국의 스톡하우스에서 물건을 들여오기 때문이다. 스톡하우스는 제조된 지 1∼2년 지난 명품 구 모델을 싼 값에 파는 곳이다. 일부 명품 수입사들이 이 곳에서 비교적 유행을 타지 않는 재고 명품들을 구입해 국내에 팔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상법상 독점 수입을 금지하고 있어 관세만 내면 누구든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

진짜 명품 다운 명품을 구입하려면 사전에 상품에 대한 디자인과 가격 정보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믿을 만한 유명한 수입 명품이라도 내부에 붙어 있는 케어 라벨(품질 및 제조·수입처 표시 마크·Care Label)을 자세히 살펴 제조 원산국과 수입업체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내 명품 마니아들은 고가 명품을 구입할 때 단순히 브랜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원산지와 수입업체까지 따지는 것이 관례다.

롯데백화점의 하성봉 명품 담당 바이어는 "일부 재래시장과 홈쇼핑 업체등에서 외국 스톡하우스에서 싸게 들여온 재고 명품을 시중가 보다 낮게 판매하고 있는 것은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소비자들은 원산국과 수입업체들을 자세히 살펴 진품과 구모델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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