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6일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정부가 현대를 통해 북한에 4억 달러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전대미문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전면공세에 나섰다.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주장하는 한편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밝혀 이 문제의 정치 쟁점화를 다짐했다. 다른 당직자들도 남북관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27일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주재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앞으로의 행동 계획을 다듬을 방침이다.
한나라당의 강공은 현 정권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 온 남북관계를 도덕성 도마에 올려 결정타를 안김으로써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현 정권과 현대의 특수관계를 부각해 정몽준(鄭夢準) 의원을 견제하려는 뜻에서다. 서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정권이 돈을 주고 산 것으로 입증됐다"며 '역사적 이적행위', '반역 행위', '용서 못할 대역죄' 등의 표현을 써 가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서 대표는 "의혹의 전모가 밝혀지면 김 대통령은 임기에 관계없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이 문제만큼은 실체를 규명하고 엄격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4,900억원이 조공 예물로 몰래 북한에 건네졌다"며 "이 정권은 대북지원금이 군사비로 전용되고 있음을 미CIA로부터 통보 받고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도 "노벨평화상과 대북 실적을 위해 비밀리에 북측에 돈을 줘 왔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김 대통령은 대북 뒷거래의 실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의혹을 정몽준 의원 흠집내기에 적절히 활용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서 대표는 "이번 사건은 정권과 현대그룹이 유착해 국민 몰래 엄청난 이적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현대가의 한 사람을 앞세워 정권 연장 책동을 일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아예 "정 의원의 출마는 김대중 정권과 북한, 현대의 3각 유착의 산물임이 드러났다"며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DJ의 버림받은 양자, 정 의원은 DJ의 선택받은 양자"라고 비틀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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