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은행 인수·합병(M&A)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현재 신한과 한미은행의 합병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 신한은행 대주주를 접촉한 바도 없습니다."신한과의 합병설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해온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 아시아의 김병주(金秉奏·39·사진) 회장은 26일 기자와 만나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1년 가까이 끌어온 신한·한미의 합병 협상은 사실상 소강국면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은 그러나 최근 외국 증권사를 상대로 M&A 주간사 선정을 위한 인터뷰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은행 M&A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조흥은행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전략적인 대안으로 (인수를) 고려할 수 있다"며 "한미은행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른 은행을 인수·합병하는 방안이 모두 가능하며,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외국은행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최근 칼라일이 한미은행 지분 매각 제한(인수일로부터 2년)이 풀려 곧 보유 주식을 팔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김 회장은 "애초부터 '효과적인' 매각 제한은 없었고, 언제든지 팔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칼라일은 현재 금호타이어 인수(12억달러 안팎)를 위한 막바지 협상 중이며, 추가로 국내 3∼4개 기업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에 가장 큰 투자비중을 두고 있다"며 "관심 있는 분야는 금융기관과 유통 및 통신업, 전통 제조업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은행에 대한 투자(4억7,000만달러)는 칼라일그룹의 전세계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며 "은행에 대한 투자는 한국경제에 대한 배팅, 즉 이 나라 경제 펀더멘털이 아시아에서 가장 좋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을 마치고 골드만삭스 등에서 일한 김 회장은 스스로를 '경제적 동물'이라고 즐겨 표현하지만, "서양식 경영이 다 옳은 것은 아니며 한국 정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외국 투자펀드들은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안정으로 전환하는데 다리 역할을 해왔다"며 "단순히 자금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주주가치의 중요성, 재무제표 투명성,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에 기여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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