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학원을 쉬게 하고 셈하기와 쓰기 전문 보습학원에 석달째 보내고 있어요." "밤 10시가 넘도록 아이를 붙들고 공부를 가르쳐요. 이게 무슨 짓인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남들도 다 한다니 어쩔 수 없잖아요."26일 기자에게 온 이메일은 교육부가 다음달 15일 실시할 '전국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앞둔 학부모들의 하소연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부모는 출제유형을 묻기도 했고 심지어는 '족집게 학원'을 소개해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교육계가 기초학력 진단평가 시행문제로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전교조 등 일부에서는 사교육 조장, 학생 개인별 서열화 등 각종 부작용을 이유로 교육부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 시·도 교육감들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전체 평가가 아닌 표본 평가가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교육당국이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논란이 일곤 했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문제의 빌미를 제공해온 허다한 선례에 비해 이번에는 오히려 학부모들이 불안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다르다. 일부에서는 '주연'은 학부모, '조연'은 학교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3학년은 이른바 3R(읽기, 쓰기, 셈하기)의 기초적 능력이 습득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이때 기초학력이 미달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부진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전국 초등 5∼6학년과 중·고생의 1%인 5만여명의 학력수준이 초등 3년 수준도 못 된다는 최근의 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부모들은 이번 평가시험이 학력경시대회가 아닌 만큼 오로지 자녀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는 객관적 기회로 여기고 그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세우면 될 일이다. 더구나 정상적인 학습능력을 갖춘 학생이라면 무난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될 예정이라지 않는가.
/김진각 사회부 기자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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