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우지만, 예술가는 새로운 창조를 모색해 나간다." 이스라엘의 바체바 댄스컴퍼니를 이끌고 내한한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50)은 26일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등 정치상황이 작품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1999년 바체바 예술감독 취임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데카 당스(Deca Dance·10개의 춤)'로 27∼29일 LG아트센터에서 국내 관객과 만난다.나하린은 '우울한 정치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작품에는 이스라엘 음악과 아랍 음악을 함께 썼다"는 말로 그 일단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이스라엘 특유의 정서를 찾으려는 눈길도 거부한다. "나는 '이스라엘 무용'이란 보편적 개념에 회의적이다. 때로 이스라엘보다 유럽쪽 무용가들에게 더 친밀감을 느낀다. 나의 주된 관심은 익숙해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고 밝혔다.
나하린은 늦은 나이(22세)에 춤에 입문했으나 현대무용의 대모 마사 그레이엄에게서 '천부적 무용수'란 극찬을 받았다. 안무가로서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온 나하린은 서구 현대무용을 답습하는데 그쳤던 바체바를 10여년만에 세계 정상급 무용단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나하린은 "관객이 내 작품의 내용이나 의미에 주목하기보다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면서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굳이 들자면 기쁨, 생각할 재료, 몸의 정직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용연습실의 대명사격인 벽면 거울을 두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거울이 없어야 무용수가 자신의 의식에 좀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나하린은 "테크놀로지나 비디오아트, 영화, 연극적 요소를 접목해 경계를 무너뜨리는 자유"를 현대무용의 흐름이자 스스로 활동의 근간으로 꼽았다. 바체바의 장점이 뭐냐고 묻자 "공연장에 와서 보라"며 한마디로 답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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