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큰길보다 발길이 뜸한 뒷골목에 오히려 맛 집이 많다. 독특한 메뉴이거나 혀에 감치는 맛이 아니라면 구석까지 사람 발길을 끌기 힘들기 때문이다. 맛이 아니라면 분위기나 서비스에서라도 승부를 걸어야 하니 뒷골목에는 발품이 아깝지 않을 식당이 적잖다.무교동 뒷골목에 있는 '마라'는 맛 뿐 아니라 개성있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잡는 식당이다. 중년층 직장인 취향의 판에 박은 밥집들이 대부분인 이 지역에서 유독 20∼30대나 여성 손님이 많은 이유다. 테이블마다 놓여진 작은 스탠드, 파벽돌 및 목재 위주의 인테리어, R& B나 재즈음악 등은 분위기 있는 카페를 연상시키지만 메뉴는 전통적인 백반이다. 인테리어에 대한 기호나 사고방식은 서구화돼도 식성만은 20대나 50대나 똑같다는 판단에서다.
밥그릇에 꾹꾹 눌러 담은 밥, 두부를 썰어 넣고 시원하게 끓인 된장찌개, 제육볶음, 달걀말이, 전유어 등이 모두 알차다. 이밖에 깻잎 연근조림 가지조림 양배추미역말이 등 계절반찬도 나온다. 가격(5,500원)에 비해 반찬가짓수가 많고 매일 반찬 2∼3가지가 바뀌기 때문에 자주 오는 손님들도 싫증을 내지 않는다. 된장찌개는 칼칼한 맛이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주는 맛이다. 반찬은 원하는 만큼 더 주는 등 음식인심도 후하다.
'마라'는 우리 입 맛에 맞는 메뉴에 패스트푸드의 신속성도 갖췄다. 음식을 기다리는 진득함이 없는 패스트푸드족이 주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4층 건물 전체를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곳은 주방을 분산, 각각 메뉴를 분담해 준비하기 때문에 식사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5분을 넘기지 않는다. 한마디로 점심 식사를 빨리 해결하려는 '기능'과 커피 한 잔을마셔도 분위기를 따지는 '질적 소비'에 대한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킨 셈이다. 저녁에는 생등심 생삼겹살 등을 전문으로 한다. (02) 772―9559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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