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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마다 "모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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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마다 "모래가 없어요"

입력
200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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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없는 데 무슨 수로 공사를 합니까."경남 창원시 상남동 일대 대형 상가건물 건축현장. 시공사인 S종건 정모(34) 과장은 "한창 골조를 올리고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해야 하는 데 모래품귀로 레미콘 물량이 달려 속수무책"이라며 난감해 했다.

대규모 상업지구 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인근 공사현장 40여 곳도 마찬가지. 이 중 절반 가까이는 공기 지연이 불가피해 한숨을 쉬고 있다.

▶모래대란 현실화

전국의 공사현장에서 모래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물량이 모자라 웃돈을 주거나 몇 시간씩 떨어진 곳까지 원정을 나가는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9,000∼1만1,000원선(㎗당) 이던 모래 값은 1만8,000∼2만5,000원으로 치솟았고, 소량 구매 땐 아예 부르는 게 값이다.

부산 사하구 신평동 한국레미콘 김윤기(金潤基·56) 사장은 "레미콘 생산량이 평소의 10% 수준에 그쳐 선금에 웃돈까지 얹어줘야 모래를 구경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물량 품귀와 함께 레미콘 품질 저하에 따른 부실공사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경남 창원시의 D종건 현장 관계자는 "레미콘 모래 함량이 부족한 데다, 공기를 맞추느라 모래대신 속성 응고제를 첨가하는 곳이 많아 건물 내구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예견된 파동, 뒷짐 진 당국

전남 신안군청은 최근 기가 막힌 일을 겪었다. 건설 골재용 모래를 퍼낼 지역을 고시했으나 채취 업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현장에 가보니 모래가 없었던 것.

신안군청 관계자는 "신안해역의 채취가능한 해사량(수심 10m기준)이 2,500만㎗였는데, 지난 해까지 5년간 채취된 해사는 무려 1억5,000만㎗로 6배에 달한다"며 "영산강 하구둑이 들어서면서 이미 25년 전부터 육지 토사유입이 중단돼 해사 고갈은 예견된 사태"라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강모래가 전체 건설 골재용 모래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자원 고갈과 환경피해 등 여론이 비등, 97년 이후에는 해사로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지난 해 말 현재 건설 골재용 모래에서 차지하는 해사 비중은 56%로 강모래(28%)의 2배였다.

하지만 해사 채취 역시 고갈상태 인 데다 해양생태계 파괴 논란이 일면서 한계에 부닥쳐 있다. 옹진군청 관계자는 "건교부의 주문을 무시할 수 없어 채취허가는 매년 내주고 있지만 어민들의 반발이 거세 일년 뒤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연안 해사채취가 난관에 봉착하자 뒤늦게 12해리 바깥 배타적 경제수역내 해사채취를 검토하면서 외교통상부에 관련 국제법 자문을 해둔 상태다. 또 해사채취 가능 해역 후보지를 물색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한국건설협회와 골재협회 관계자들은 "문제가 불거져 영세업자들이 죽어 나간 뒤에 수립되는 대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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