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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대가 장 보드리야르 방한/"현대사회, 이미지 홍수에 현실 실종"

입력
200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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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세계적 지성 장 보드리야르(73·사진)가 25일 오후 방한했다. 서울시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주관으로 26일 개막하는 제2회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02' 부대행사로 열리는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보드리야르의 한국 방문은 물론 그가 아시아 국가를 찾는 것도 처음이어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26일 오후 6시 30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디어―시티 서울 2002 개막식에 참석하고, 28일 오전 10시부터 이화여대 법정대 강당에서 열리는 심포지엄 '달빛 흐름(Luna's Flow): www.transmedia.com' 에서 주제발표한다. 10월 2일까지 국내에 머무르는 그는 30일 KBS 1TV 독서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를 녹화하는 것 외에는 학술단체나 언론의 초청, 인터뷰 요청을 일체 사양하고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90년대 초 대표적 저술의 하나인 '소비의 사회'(1970)가 번역되면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보드리야르는 독창적 이론, 날카로운 현실감각을 겸비해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를 비판해온 사상가, 철학자이다.

TV 등 영상산업,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현실을 모사한 것들이나 이미지들 즉 '시뮬라크르'가 오히려 거꾸로 현실이나 실재를 지배한다는 그의 '시뮬라시옹' 이론은 포스트모던 사회의 핵심을 꿰뚫은 것으로 평가받으며 세계 학계는 물론 문화예술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보드리야르의 이번 방한은 바로 그의 이러한 사상이 미디어―시티 서울 2002의 주제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백남준 등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 130여 명이 덕수궁 돌담길 등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미디어―시티 서울 2002의 주제는 '달빛 흐름'이다.

이원일 전시총감독은 "미디어를 달에 비유해 인류가 잊고 있던 낭만을 미디어 매체에서 되찾자는 전시의 개념을 듣고 보드리야르가 자신의 시뮬라시옹 이론과 일맥상통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드리야르는 심포지엄에서 발제할 '이미지 폭력'이란 원고를 미리 보내왔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 미디어, 이미지, 스펙터클의 폭력이다… 이 폭력은 정면이 아니라 인접관계 즉 전염, 연쇄반응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에서 또 무엇보다 우리의 모든 면역성을 없애려 한다는 점에서 바이러스 성이다… 미디어가 메시지가 될 때, 그때 폭력은 자신의 메시지를 가지고 자신이 자신의 메신저가 된다… 오늘날 모든 것이 이미지 형태를 띠고 있다. 현실은 과다 이미지 아래 실종되었다."

1929년 프랑스 렝스에서 태어난 보드리야르는 68년 논문 '사물의 체계'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87년까지 파리10대학 사회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미국 뉴욕대, 캘리포니아대 등에서 강의했다.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1972)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1981) '토탈 스크린'(1997) 등 20여 권의 저작을 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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