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대통령의 일방주의 세계전략이 지구촌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부시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채 안되지만, 국제사회는 미국이 강요하는 세계질서에 적응해 가는데 적잖은 고통과 갈등을 느끼고 있다. 특히 9·11테러를 분수령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공동선(共同善)을 미국과 함께 추구하는 우방국의 가치판단의 혼란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이런 시점에 영국의 텔레비전 채널이 로마제국과 미국의 유사점을 비교한 프로를 방영하여 세계적인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만든 이 프로에서 로마의 도로망과 미국의 인터넷, 지중해를 지배했던 최정예 로마군단과 전세계를 무대로 작전할 수 있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 라틴어를 매개로 한 로마문화의 전파와 영어를 통한 미국 대중문화의 지배력이 2000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로마와 미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미움받는 존재로 부각된 것도 유사하다.
미국사회의 의식 속에는 로마에 대한 동경이 강하다. 나라의 기본인 헌법을 기초하면서 그들이 탈출해온 유럽이 아니라 공화정 로마의 정치체제를 섭취했고, 문화적으로도 유럽과 다른 각도에서 로마를 직접 수용하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미국이 로마와 비슷해지는 것은 일응 이해가 가는 현상이다.
그러나 제국이 멸망한 지 1500년이 흐른 지금, 로마가 꿈꾸지 못했던 최첨단 과학과 물질문명을 이룩한 미국이 세계전략에서 로마제국의 틀을 답습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9·11테러 후 미국 정부나 국민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분노와 보복심에 가득 찬 패권국의 그림자를 느끼게 된다. 세계는 이성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선도해 나가는 미국의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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