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 특별행정구 지정과 외국인 장관 임명 등 북한의 파격적 행보를 지켜보는 중국 단둥(丹東)의 표정에는 희망과 우려가 교차돼 있다. 신의주가 21세기 동북아 경제중심지의 '엘도라도'로 거듭날지, 자본주의 실험 실패로 혼란의 땅이 되지는 않을지, 이 곳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사와 조선족과 북한인, 한국 기업인 등 이해 당사자의 시각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기대―우리는 신의주로 간다
"공단이 조성되면 신의주로 가야죠. 물류 비용이 적어도 30%는 절약될 겁니다. 20피트 컨테이너를 배편으로 한국에 보내려면 600∼700달러가 드는데 철도를 이용하면 300∼400달러면 되니까요."
1990년대 초부터 단둥에서 내의 생산업체 은비어패럴을 운영하는 강훈열(姜勳烈)씨는 신의주에 인프라가 깔리고 정책에 대한 우려만 불식되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국 실향민 3명으로부터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북 관련 기업인 K(51)씨는 신의주시 과장급 관리로부터 신의주 개발이"조선 경제 발전의 획기적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전망을 들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기업을 하는 한모(41)씨는 "신의주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현재 중국에서 내야 되는 13% 관세가 없다"며 "단 인건비와 제도적 장치 보완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임금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준인 250달러를 제시하고 있지만 중국 임금 50∼80달러보다 4∼5배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고임금으로 제지, 방직 등 노동 집약적 외국기업을 유치하기는 힘들다. 화교 출신의 장모(38·H공사 총경리)씨는 "신의주 특구에 투자 의사가 있는 기업의 주류는 한국이 아니라 화교 자본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70년대 문화혁명 기간 화교 자본이 북한으로 많이 이동했고 현재 북한 상권도 좌지우지하고 있다"면서 "많은 홍콩, 대만, 동남아 화교들이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우려―과연 잘 될까
들뜬 기대만큼 걱정어린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조선족 기업인 C(53)씨는 "신의주 특구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양빈(楊斌)이 짜고 사기치는 것 아닙니까, 신뢰가 안 갑니다. 기업이 투자할 때는 비용이 저렴하고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신의주에 그런 요인이 하나라도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단둥의 한 언론사 간부 Y씨는 "김정일이 신의주를 돈 받고 팔아 한반도에 제2, 제3의 국경이 조성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초대 행정장관으로 발탁된 양빈 어우야(歐亞) 그룹 회장에 대한 평판이 중국에서조차 엇갈리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이번 신의주 특구 지정과 관련해 양빈 측 제안을 100% 수용한 것은 정말로 북한답지 않은 행동이라며 의아해 했다.
평양에 거주하는 K(28·B무역부 대표)씨는 "경제를 풀어보자는 여러 시도 중 하나이지만 크게 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절대 명제인 국가와 체제 안정을 위해 심사를 강화하고 내왕인 통제의 끈도 늦추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전망이다. 한 한국 기업인은 "설립 시 독자냐 합영이냐가 중요하다. 단 1%라도 북한 지분이 있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단둥=글·사진 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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