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체가 2만9,480원에 출고해 주류도매장에서 3만3,902원에 넘긴 위스키 한 병이 유흥업소에서는 30만원.' 최근 주류업체들이 잇따라 위스키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위스키 가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숙성년도의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출고가가 최고 두배 넘게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가격산정 체계에 문제가 있고 나아가 위스키 가격 자체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흥업소 등 최종소비 단계에서는 출고가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어 유통과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같은 17년산의 가격이 두배이상 차이
위스키 가격거품 논쟁에 불을 당긴 곳은 두산. 두산은 최근 신제품 '피어스클럽'을 출시하면서 숙성기간 17년 이상된 '슈퍼프리미엄(SP)급' 가운데 가장 싼 가격을 제시했다. 500쭬 한 병을 2만9,480원에 내놓았는데 이는 현재 SP급 가운데 가장 저렴한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17'과 같은 값이다. 이에비해 같은 17년산인 하이트의 '랜슬럿17'은 4만9,500원,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는 4만4,000원으로 제각각이고 진로 발렌타인스의 '발렌타인17'은 6만6,990원으로 두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산 최형호 상무는 "전량 스코틀랜드에서 수입되는 국내 위스키의 원액은 현지에서 가격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질좋은 원액 공급선을 확보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출시했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진로발렌타인스 이원호 상무는 "위스키도 제품의 브랜드, 원액, 회사의 가격정책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가격차가 난다"며 "같은 옷이라도 브랜드마다 가격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원액 생산지는 하일랜드, 로우랜드, 스페이사이드, 아일라섬 등 네 곳인데 이 가운데 세계적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아 가격이 비싼 스페이사이드의 원액을 사용할 경우 가격차는 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제조원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액 수입가격에 대해 위스키 회사들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가격의 공정성 여부를 판단할 길이 없다. 이와 관련 대부분 외국자본이 점령하고 있는 위스키 업체들이 국내시장 지배와 함께 가격도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흥업소로 가면 10배이상도 뻥튀기
위스키 가격의 거품은 최종소비 단계로 가면 더욱 심각하다. 17년산 가운데 가장 싼 '윈저17'의 경우 출고가는 2만9,480원이지만 도매상인 주류도매장을 거쳐 유흥업소로 넘어가면 10배가 넘는 30만원으로 뛴다. '뻥튀기'는 제품이나 숙성연도와 상관없다.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임페리얼도 출고가와 도매가가 각각 2만1,890원, 2만5,174원에 불과하지만 유흥업소에서는 20만원 내외에 팔리고 있다. 17년산 가운데 가장 비싼 '발렌타인17'도 도매가(7만7,039원)의 6배가 넘는 50만원 안팎이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위스키의 판로는 90%이상이 서울 강남 등지의 유흥업소.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유통질서의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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