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배우고자 하는 사람의 스윙동작 가운데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하여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그런 식의 가르침은 골프의 시작과 완성단계를 구분하지 아니한 그릇된 방식이 아닐까 하고 의문을 제기해 본다.고시공부 하던 시절의 경험이다. 민법총칙을 읽고 있는데 알지 못하는 법률용어로 넘치고 있었다. 그래서 법률학사전을 옆에 두고 개개의 법률용어를 찾아가면서 읽다 보니 한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장은 보통 4∼5페이지 잘해야 8페이지에 불과하였다. 500여 페이지가 넘는 민법총칙 한 권을 이런 식으로 읽다 보면 앞에 읽었던 것은 죄다 잊어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책을 끝까지 보고 나서도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독서방법에 관하여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래서 다른 법서(法書)를 읽을 때에는 책을 가능하면 빠른 시간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내려가는 방법을 취해 보았다. 그러던 중에 문득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독서백편의자통(讀書百遍義自通)'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하여 읽게 되면 뜻을 자연히 알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나는 먼저 전체적인 의미를 개략적으로 파악한 다음 점진적으로 심층적인 이해를 모색해 가는 방식의 독서방법을 취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몇 해전 열 살도 안 된 어린 소리꾼이 판소리를 완창하였다는 기사를 접하고 놀랐다. 그래서 그가 판소리를 배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도 있다. 어린 소리꾼은 선생님이 선창하면 뒤 따라 선생님을 닮으려고 흉내내는 방식으로 판소리를 익히는 것을 봤다. '취화선'이라는 영화를 보면 장승업이 초기에는 남이 그려 놓은 그림의 모사를 해가면서 그리기를 익히다가 마침내 자기만의 그림세계를 열어 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림에 있어서도 배우는 이는 선각자를 흉내내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함을 알 수 있게 하는 증거이다. 그러고 보면 모방은 창조의 아버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골프교습도 이렇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레슨프로가 스윙의 시범을 보이고 연이어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라서 흉내내게 하는 식이어야 한다. 필 미켈슨(미국)은 본래 오른손잡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골프를 하는 동안에는 왼손잡이가 됐다. 그가 어려서 골프를 시작할 무렵 아버지의 맞은 편에 서서 아버지의 골프스윙을 흉내내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왼손잡이가 되었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소동기/변호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