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1911∼?)의 삶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다. 월북으로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그의 이름을 입 밖에 내기도 어려웠던데다, 생전의 활동무대가 워낙 넓어 관련자료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탓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에 퍼져 있는 최승희의 제자들과 그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탄생 90년, 최승희 국제무용축제'가 27일∼10월1일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다.
대표 공연으로 최승희의 제자인 김해춘 북한 만수대예술단장에게서 사사하고 '최승희의 환생'이란 찬사를 듣는 조총련계 무용가 백향주, 최승희의 제자이자 동서인 김백봉씨의 두 딸 안병주·병헌, 중국 옌볜대무용단 등이 '초립동' '검무' '쟁강춤' 등 대표작을 무대에 올린다. 한국과 중국의 주목받는 신세대 안무가 차진엽과 천하이찐도 그의 실험 정신을 잇는 신작을 선보인다. 28일 오후8시 부산 컨벤션센터, 10월1일 오후 4시30분·8시 서울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부산 공연은 아시안게임 문화엑스포 참가작이다.
29일 8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는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다양한 언어로 최승희를 해석한 크로스오버 공연 '나! 최승희'를 마련했다. 광고모델로 활동한 최승희를 재현한 설치미술작가 이윰의 퍼포먼스, 1936년 최승희가 작곡·취입한 음반 '향수의 무희'에 맞춘 발레리나 우혜영의 춤, 마임이스트 오은숙의 공연 등이 펼쳐진다.
김백봉 예술원 회원과 전황 전 국립창극단 단장, 쑤초 중국 상하이무용단 명예단장, 쓰친타르하 몽골자치구 무용가협회 명예주석 등 직계 제자들과 최승희의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이시 미도리 일본무용가협회장 등이 참여하는 이야기 마당도 열린다. 제자들과 절대 밥을 같이 먹지 않았다거나, 담배를 즐겨 피우는 등 동시대인과 다르게 살려 했던 인간 최승희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국제 심포지엄(30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도 열린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이애순 중국 옌볜대 무용연구소장이 북한과 중국 무용, 국내 무용평론가 성기숙씨가 한국 무용에 미친 최승희의 영향을 발표하고, 주디 반자일 미 하와이대 연극무용과 교수가 미국에서의 최승희의 활동을 링컨센터도서관에 소장된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한다.
또 정수웅 다큐서울 대표가 8년여의 취재를 거쳐 제작한 특집 다큐멘터리도 국내 최초로 상영한다. 27일 오후6시 부산 컨벤션센터, 29일 오후6시 동덕예술센터. 최승희가 북한에서 숙청되기 직전인 66년의 인터뷰 필름과 미인선발대회에 참가한 모습 등을 담았다.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무용평론가 장광렬씨는 "최승희를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와 세계 무용사에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오늘의 젊은 예술가들이 시대를 앞서 간 그의 창작과 실험정신을 되새겨보게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3674―2210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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