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2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자동차운반선 부문을 15억달러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 사실상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주총이 끝난 뒤 만난 49세의 젊은 CEO 노정익(盧政翼·사진) 사장은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회사사정이 아직 나아지지 않았는데,대책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노 사장은 "불황에도 흔들림 없는 안정경영이 가능해야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조직과 사업을 재편하는 2차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안전경영의 여건을 갖추는데 필요한 시간을 6개월로 못박은 그는 이 기간 무보수로 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노 사장 취임 첫날(16일) 상무이상 임원 16명 중 7명이 퇴임한데 이어 간부급 인사태풍이 곧 몰아칠 분위기다.
노 사장은 현대상선의 앞날이 밝다고 말했다. "10월말 매각자금이 들어오면 부채비율이 세계적 선사들의 500%대보다 낮은 300%대로 낮아져 영업도 안정될 것"이라며 조만간 아시아-북미 항로 운임도 30% 이상 오를 게 확실해 수익도 좋아진다고 자신했다. 장기적으론 현대택배 등과 함께 종합물류서비스회사로 변신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그는 "현대상선은 앞으로 대북사업에 간여할 일이 없고, 정몽준 의원에 대한 지원 같은 것은 생각할 여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노 사장의 행보가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계보를 오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전문경영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두 형제의 화해 문제에 대해서는 "오해가 풀리고 (감정이) 많이 해소돼 과거 같은 대립은 없다"고 전했다.
노 사장은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래, 그룹 종합기획실 상무와 현대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을 지내며 그룹의 살림을 챙겼던 재무·회계통이다. 지난해 현대캐피탈 부사장에서 물러나 1년여 공백기를 가지면서 단소와 동양화를 배웠다. 여성부 대외협력국장인 서명선씨가 부인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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