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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특구/유럽자본에 적극적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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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특구/유럽자본에 적극적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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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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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빈이 밝힌 청사진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의 모습은 '기업활동이 완전히 보장된 경제특구'로 요약된다.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 에 임명된 양빈(楊斌) 어우야(歐亞) 그룹 회장의 발언과 북한 관영 매체 보도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토지 사유화와 노동과 자본의 이동을 보장함으로써 기업활동의 천국이었던 홍콩의 재현을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북한은 특구 내 토지의 사유화를 허용, 외국 자본의 기업 설립 기본 여건을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등 외국인 인력들이 비자 없이도 신의주를 출입할 수 있도록 했고, 이에 발맞춰 북한 당국도 20여만명의 주민과 군인 군속들을 타 지방으로 이주시킨 뒤 50만명의 유능한 기술 인력을 신의주로 새로 배치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공개했다.

자본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치는 보다 급진적이다. 북한은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를 특구 유통 화폐로 채용, 외국 기업의 위험부담을 줄였고 수출입 관세를 모두 면제해 특구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이러한 기업활동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특구의 정치·행정체계를 홍콩 방식으로 확정했다. 15명의 입법회의 의원 절반 이상을 중국, 대만, 유럽인, 미국인 등으로 구성하고, 행정·사법기구에 외국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았다. 이로 인해 특구 내 공용어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으로 다원화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금까지 드러난 북한의 특구 운영 구상에서 눈에 띄는 점은 유럽자본에 매우 친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구 초대 법무 책임자를 유럽인으로 임명하고 유럽식 사법체계를 채택하겠다는 楊 회장의 발언 등이 그 근거다. 이는 유럽 자본이 미국, 일본 자본보다는 북한 체제에 대한 반감이 덜해 1차 투자 유치 대상으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일찍이 칭따오(靑島) 등 중국 동북 3성 지역에 진출한 독일 등 유럽 각국들은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꾸준히 북한과 국교를 맺었다. 신의주의 전략적 입지를 높이 평가하는 유럽 기업들은 최근 끝난 '평양 국제기술 인프라 전시회'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는 등 사전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결국 북한은 楊 회장을 대표로 하는 화교자본가 그룹과 유럽 자본을 쌍두마차로 해 신의주 특구를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의주 특구에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그 성과가 나오기까지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김연철(金鍊鐵)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단기적 측면에서 신의주는 중국 특구와 동남아 도시들보다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면서 "초기에는 제조업과 인프라 분야보다는 카지노, 유통, 농업분야 등에서 투자 유치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양빈 믿을만한가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에 임명된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 재벌 양빈(楊斌) 어우야(歐亞) 그룹 회장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지만 좀더 검증이 필요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미국 포브스지에 의해 중국의 2대 부호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중국에서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그의 주력 업체와 사업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어우야 농예'와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건설 중인 대규모 테마파크와 주상복합 단지다. 선양 지역 복합단지는 '네덜란드 마을'을 의미하는 '허란춘(荷蘭村)'이다.

1994년 중국으로 건너온 그는 중국의 일반적인 신흥 거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판 정경유착인 '권력경제(權力經濟)'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선양의 허란춘 사업은 보시라이(薄熙來) 랴오닝성 성장과의 친분에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허란춘 사업이 랴오닝성의 우선 사업으로 결정돼 30만㎡에 달하는 부지를 헐값에 공여받은 것이 대표적 예다. 지금까지 투입된 자금 3억 6,000만 달러 중 1억 2,000만 달러도 중국 공상은행으로부터 저리에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들어 탈세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아왔다. 24일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그는 당국의 조사 사실은 인정했으나 탈법 혐의는 부인했다. 홍콩 증시의 어우야 농예 주식은 올들어 최근까지 주가가 66% 폭락했다. 홍콩 증감위는 9월 14일부터 현재까지 이례적으로 어우야 농예의 주식거래를 중지시킨 상태다. 당국은 어우야 농예측이 정보공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楊 회장은 북한과는 2년 이상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약 2년 전부터 어우야 농예 측이 김일성 묘역에 화훼를 제공하면서 교분을 텄다. 그는 3년 전부터 2,000만 달러 상당을 북한에 투자했고 북한 여러 지역에 비닐 온실 몇 만 동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소식통들은 그가 지난해 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김 위원장을 만나 신의주 특구 설립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평양공항에서는 그의 개인 전용 제트기가 자주 목격됐으며 최근 평양의 카지노와 올해 4월 15일 북한 창군기념일 당시 귀빈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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