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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남·남 갈등과 일·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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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남·남 갈등과 일·일 갈등

입력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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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치고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물론 일본국민을 경악케 한 일본인 피랍자 사망문제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통이 크게' 납치자 문제를 명쾌하게 시인·사과했고, 12명 중 8명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털어놓은 셈이다. 오죽이나 고이즈미 총리가 놀랐으면, 회담 직전에 이 사실을 통고받고 회담성과를 집대성한 평양선언을 포기하려고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랍자 사망문제를 놓고 들끓는 일본 여론은 정상회담의 성과를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사인과 경위가 보다 자세히 밝혀져야 하고, 북한의 납치범을 일본 법정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가범죄를 저지른 북한에 대해 배상을 청구하자는 논리는 이미 상식이 됐다. 피랍자가 더 있다는 증언이 있었고, 1명이 더 생존해 있음이 확인됐다. 사람의 목숨에 관련된 사안이어서 분노하기 시작한 일본의 국민감정이 쉽사리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 일본이 정상회담 후 피랍자 문제를 놓고 내부갈등에 휩싸이는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김대중 대통령이 6·15 남북정상회담을 잘 해놓고, 남·남갈등에 시달렸던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남·남갈등의 진원은 대북지원을 둘러싼 소위 '퍼주기'논란과 국민의 정부가 대북관계 개선을 지나치게 서둔다는 '속도의 문제'였다. 여기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북측의 태도와 밀어붙이기를 불사한 정부의 자세도 일조를 했다.

■ 김 대통령이 남·남갈등 때문에 햇볕정책을 추진하는데 시련을 겪었듯이, 고이즈미 총리도 일·일갈등으로 인해 김정일 위원장과 약속한 북일관계 정상화와 경제협력을 이행하는데 애를 먹게 됐다.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남·남갈등이든, 일·일갈등이든, 본질은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대북 포용정책을 고수한 김 대통령을 참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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