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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이름 내건 토크쇼 데뷔 12년만에 첫 진행 신동엽/ SBS 내달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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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이름 내건 토크쇼 데뷔 12년만에 첫 진행 신동엽/ SBS 내달 첫 방송

입력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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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싸고 예쁜 꽃을…." KBS의 '해피 투게더'는 개그맨 신동엽(31)의 말솜씨와 순발력 넘치는 진행 실력을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 게스트 양희은이 장미꽃 한 송이를 내밀자 신동엽은 고마움과 유머감각을 함께 담아서 재치있게 인사를 건넨다. 감각있는 말 솜씨와, 그 안에서 배어나오는 따뜻함에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건 그의 전매특허다. 개그맨 신동엽이 데뷔 12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SBS에서 토크쇼를 맡는다. 파트너로는 김원희(30)가 결정되었고, 이름은 '신동엽 김원희쇼'(가제). 대우는 회당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알려진 최고 수준이다. '해피 투게더'와 SBS의 '동물 농장' 에서 간판 역할을 하고 있는 신동엽은 이로써 명실공히 최고의 개그맨 출신 MC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질 수 있게 되었다. 일산 탄현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축하의 말을 건네자 손사래부터 친다. "아녜요. 연출을 하게 될 남승용 PD에게 제 이름 건 쇼는 절대 안 하겠다고 했어요. 이홍렬 선배 같은 연륜도 있는 분이라면 몰라도, 전 너무 부족해요. 겸손이 아니라 진짜 부족해요.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다행스러울 뿐이죠." 그는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기쁨 앞에 먼저 내밀어 놓는다. "봄 가을 개편 때마다 잘리지나 않을까, 내 자리에 다른 사람 들어오는 게 아닐까 노이로제에 시달리던 신인 때를 생각해보면, 고마울 뿐이죠."

신동엽의 연막 작전은 한참 계속 됐다. 각 방송사들의 아이디어 전쟁 속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의 속살을 보이기 싫었던 탓이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피할 수는 없을 듯하고, 새로운 형식의 코너들이 있을 겁니다. 연예인들 모셔서 얘기 하는데도 새로운 장치를 곁들이면 새롭게 보일 거예요." 남승용 PD에게 슬쩍 물어보니 "시트콤과 토크쇼의 결합 등 색다른 조화로 '두 남자 쇼'에서 거둔 성공을 다시 재현하겠다"는 포부다. 신동엽과 남승용 PD의 '행복한 만남'은 이 번이 세 번째. '기분 좋은 밤'(이영자와 공동 진행)과 '두 남자 쇼'(유정현과 공동 진행)에서 둘은 "나태해지면 옆에서 서로 막 쪼아대며", 소주 3∼4 병을 방송사 앞 포장마차에서 함께 기울이면서 '식구'가 되었다.

"제 나이보다 더 어리게, 까불고 철들지 않은 모습으로 나가려고 해요. 괜히 무게나 잡기보다는 재기발랄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이미지로 다가서고 싶어요." 신동엽은 오랜 꿈이었던 시트콤 제작도 미리 앞당겨 실험해본다. "완성도 있고 세련되고 재미있는" 시트콤을 만들겠다는 꿈 때문인지, 이번 '신동엽 김원희쇼'에서는 '세 남자 세 여자'에서 보여줬던 코믹연기 실력을 뽐낼 예정.

그는 토크쇼의 즐거움으로 현장성과 즉흥성을 꼽았다. "토크쇼 프로그램은 대본이 없어요. '두 남자 쇼' 할 때도 아주 중요한 질문 몇 가지만 가지고 꾸려나갔죠. 분위기가 막혀 있을 때 말 한 마디 던져서 분위기를 멋지게 반전시킬 때는 스스로 대견스럽죠. 암산 잘하는 신동이 금방 답을 내듯이, 분위기를 계속 재미있게 만들어간다는 건 정말 스릴 있는 일이에요."

"계속 쓰면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착한 척했던 나의 가식이 다 무너져." 신동엽이 자신의 팬 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바빠서 이만 줄이겠다'를 신동엽식으로 얘기한 셈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공익 개그맨'으로서 누린 인기에 대한 부담도 조금 묻어있다. "MBC에서 21개월 동안 어렵게 사는 이웃들의 집을 고쳐준 '러브 하우스'는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닌데, 너무나 저를 착하고 심성이 올곧고 그렇게 보시는 게 행복하면서도 부담이 되었죠." 한 주 한 주 거짓말 하는 느낌이었단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아침 밥을 걱정해 등교 시간을 늦추는데 이바지하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청소년들에게 헬멧을 씌워주는 '하자 하자' 프로그램을 그만 둔 것도 그런 탓이었다.

겸양을 앞세우던 그가 자랑을 하나 했다. '인복'이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을 안 놓치는 게 제 똑똑함"이란다. 슬쩍 최고 수준의 대우에 대해 물어봤다. 두 손으로 뒷머리를 북북 긁더니, "12년 동안 열심히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올려달라고 요구한 결과"란다. '신동엽 김원희쇼'는 10월 셋째 주에 첫 방송이 나갈 예정. 그 때쯤이면 3개 프로그램에서 그를 볼 수 있게 된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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