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로기구(IHO)가 동해표기 논란을 원점으로 돌리는 결정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IHO가 지난 8월 동해지역 표기를 공란으로 놔둔 뒤 11월까지 회원국 69개국의 총의를 물어 최종 결론을 내기로 한 결정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전문적 국제기구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림은 물론, 결정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9월 초 이사장 등 3명의 이사가 바뀌자 번복이 이뤄졌다. 번복의 최대 수혜자는 일본이다. 지도가 개정되지 않으면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계속 사용한다. 일본의 집요한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무리가 아니다.
IHO가 8월 "당사국 간 타협이 이뤄질 때까지 일본해 단독표기를 없애고, 동해부분 2쪽 지도의 표기를 공란으로 놔두자"고 결정했을 때 우리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자는 요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일본해 단독표기를 막았다는 점을 평가했다. 일본이 강력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회원국을 상대로 동해로 표기하는 게 타당하다는 점을 역사적 사실과 각종 자료를 토대로 설득했고,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 지난 5일 폐막된 유엔지명표준화 회의도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돼야 한다는 우리측 주장을 지지했다.
일본측의 뒤통수 치기식 무리한 로비와 이를 받아들인 IHO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우리 외교부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냉엄한 국제외교 무대에서 "일본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다"는 소리는 한가하기 그지없다. 회원국을 상대로 우리 입장을 알리는 데 주력한 것까지는 좋으나, 상대인 일본의 동태를 살피는 데도 빈틈이 없어야 했다. 정부는 IHO에 엄중 항의하고, 하루빨리 회원국 입장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 새 지도를 펴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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