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전문업체인 코캄엔지니어링의 홍지준(洪智俊·46·사진) 사장은 회사의 미래를 감히 넘겨짚지 못한다. 2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나날이 증대하는데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한 코캄의 '적층형 리튬폴리머전지'가 차츰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적층형 리튬폴리머전지는 전지의 두께를 최소 0.5㎜에서 무한대로 조절할 수 있고, 전력의 크기도 디바이스(제품)에 따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2차전지 중 최고입니다."
코캄엔지니어링의 전지는 4월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제6회 국제 초소형 비행기 경연대회(International Micro Air Vehicle Competition)에서 1위를 차지한 브리검영대학교팀을 비롯해 3위 캘리포니아폴리텍대학교팀, 4위 독일 아흔대학교팀 등이 채택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중국의 최대 이동통신기업인 커지엔사가 매달 30만대의 리튬폴리머전지를 사들이는 등 전세계의 100여개 가전사들이 앞다퉈 이 회사의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칠 정도로 코캄은 '강소(强小)' 브랜드이다.
승승장구의 성공신화 뒤에는 남다른 역경의 시절이 따르기 마련. 홍 사장은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동양나이론(현 효성생활산업)과 현대전자(하이닉스반도체)에서 플라스틱의 원료인 폴리마를 연구하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1월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니의 와인딩형 리튬폴리머전지보다 전력효율을 높이고 부피를 줄일 수 있는 적층형 전지의 비밀을 캐기 위해 숱한 밤을 새우던 시절이 즐거웠습니다."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행복도 잠시였다. 박막(thin film) 기술의 권위자이자 홍 사장의 둘도 없는 친구인 심윤식(당시 41세)씨가 99년초 백혈병에 걸린 것. 홍 사장은 자비를 들여 심씨를 미국 보스톤의 하버드대학병원에 입원시켰지만 심씨는 결국 영면했다.
"그 친구가 '리튬폴리머전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돈 벌어서 만주에서 백마 타고 놀아야하는데…'라며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날 때는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홍 사장은 그로부터 2년동안 200억원을 더 투자해 지난해 6월 적층형 리튬폴리머전지를 완성했다. 지난 주에는 1회 충전에 8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PC용 외장형 2차전지를 선보여 시장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홍 사장의 목표는 전기자동차. 벌써 세계적인 권위의 전기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쓰는 팀들은 너나없이 모두 코캄엔지니어링의 제품을 쓸 정도. "당장 6개월의 시간만 주면 전기자동차를 상용화시킬 수 있는 2차전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13년간 사업하면서 모은 돈과 외부투자를 빌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기자동차용 전지개발사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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