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독 맨션이 드디어 정식 데뷔작을 발표했다.1999년 밴드를 만들고 2000년 미니 앨범을 낸 적은 있지만 정규 음반으로는 3년 만에 처음이다. 그 동안 불독 맨션은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리메이크를 시작으로 몇몇 컴필레이션 음반과 '신라의 달밤'과 '일단 뛰어' 등의 OST 그리고 콘서트로 그 이름을 알려왔다. 튀는 듯하면서도 튀지 않는 이들의 음악과 행보 덕에 첫 음반을 기다리고 반기는 팬이 적지 않다.
첫 음반은 그야말로 집을 짓는 심정으로 만들었다. 이한철(보컬, 기타)은 "어떤 음반을 만들자고 먼저 정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음악을 만들어 놓고 어떤 것이 우리 밴드에게 제일 잘 어울릴까 골랐다"고 한다. 94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자인 이한철이 98년 만들었던 2인조 밴드 지퍼의 세션맨으로 인연을 맺게 된 네 사람이 선뜻 합의한 "흔하지 않은 음악, 개성 있는 음반"이 선별 기준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첫 집의 문패는 '펑크(Funk)'. 안을 들여다 보면 펑키와 라틴 음악이 어우러진, 흔히 볼 수 없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 독특함은 낯설음이나 거부감이 아니라 "좋은데? 누구야?" 하는 호기심으로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참신함이다.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세련돼 기분을 들뜨게 한다. 이한주(베이스)와 서창석(기타)의 설명을 종합하면 "자유롭고 톡톡 튀는 펑크를 토대로 하되, 70년대의 정형은 버리고 라틴 음악과 약간의 팝, 가요를 그 위에 얹은 구조" 때문이다.
단조보다는 장조가 많은 불독 맨션의 음악은 밤보다는 낮에, 밤이라면 적당히 취기가 도는 파티 자리에 잘 어울린다. 브라스를 강조한 타이틀 곡 '데스티니'를 비롯해 스카 리듬의 '스타라이트'가 특히 그렇고, 차차 리듬을 사용한 '눈물의 차차'마저도 눈물보다는 슬픔을 빙자한 은근한 춤 놀림이 떠오른다. 19곡의 노래 사이에는 각자가 집에서 녹음한 '룸 #101'에서 '룸 #104'가 들어 있다. "남의 집 구경을 가면 방방이 문을 열고 둘러 보듯, 우리 집을 소개한다는 뜻"이라는 조정범(드럼)의 설명이다. 말하자면 밴드의 이름이자 음악적 공간인 불독 맨션으로 집들이를 오라는 얘기다.
불독 맨션은 음악이란, 펑키란 어때야 한다는 규정과 자기 검열에서 자유롭다. 심지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밴드에 대해서조차 "밴드나 솔로나 다를 것이 무어냐, 음악만 좋으면 되지"라고 한다. 음악만큼이나 사고방식도 자유로운 불독 맨션의 집들이에 흔쾌히 응하고 싶은 이유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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