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단둥현지 국내기업 반응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중국 단둥(丹東)은 신의주 특구지정 소식에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단둥은 중국의 대북한 무역량의 80%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북한 관문. 23일 단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따르면 특구 발표이후 신의주에 투자하려는 남한기업인과 재중동포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또 중국측도 단둥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고 남은 전력을 신의주에 공급할 준비를 사실상 마치는 등 신의주 특구지정에 대비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북한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안물고 국내로 반입할 수 있는 현행법의 '특혜'를 누리기 위해 단둥에서 신의주의 개방을 기다려온 터라 신의주 특구 개발에 대한 반가움이 남다르다. 의류 제조업체 포마트 코퍼레이션의 단둥 현지법인인 단둥 유니코 연성한 사장은 "이곳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꿈이 이뤄졌다"며 "신의주 특구 관련법규가 완전히 정비되면 포마트도 신의주로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물류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서전어패럴은 3년전부터 준비해온 '신의주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 사장은 북한측이 제시하는 높은 인건비와 신의주 지역의 열악한 전력 사정, 보세구역 설정 여부 등이 걸림돌이라고 지목했다. 연 사장은 "신의주 지역의 임금 수준이 1990년대 남포에 진출한 대우가 제시했던 월 300달러 또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임금인 250달러라고 하는 데 이는 중국의 2.5∼3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 재계 반응
재계는 최근 북한의 경제체제 변화, 경의선·동해선 철도연결 착공, 북·일 수교 협상 재개 분위기 속에서 발표된 신의주 특구지정에 대해 남북경협을 업그레이드시키는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 파악과 북한 투자계획 점검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투자보장과 투자범위, 인프라 구축문제, 경영권 확보여부,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여부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어서 사태추이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LG, SK, 현대 등 주요 대기업의 남북경협 담당자들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신의주 경제특구 구상의 의도와 문제점, 인프라 구축 전망 등을 논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LG상사 지역개발특별팀의 이종근 부장은 "신의주 특구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부서별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며 "그러나 대화 채널조차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장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다음달 10일 남북경협위원회를 갖고 신의주 특구 구상 및 개성 공단 실무협의회 개최에 따른 기업들의 대북투자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신의주 경제특구가 활성화할 경우 북한내 임가공 사업체들이 신의주로 공장을 옮기고, 중국 북동부의 한국 중소기업도 이전, 제3국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신의주 특구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가 부실하고, 50년간 부여되는 토지 개발 및 관리권 등 '당근'도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북사업을 하는 벤처기업 A사의 사장은 "비행장, 쇼핑시설 하나 없는 곳에 외국 기업이 들어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재계팀
■ 누가 투자하나
북한이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지정함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마지막 금단의 땅인 북한 시장 진출을 통해 중국과 한국, 일본 등을 잇는 동아시아 거대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외국 기업들의 판단이다. 경공업을 중심으로 철도, 발전 등 인프라 시설과 금융, 유통, 서비스 분야에 걸쳐 중국과 화교 자본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 자본의 각축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은 중국과 화교 자본이 선봉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초대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으로 내정된 화교출신 양빈(楊斌) 어우야(歐亞) 그룹 총재도 화교자본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의 나진·선봉 경제특구에 진출한 외국 기업 중 56%를 차지할 정도로 북한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화교자본은 중국 문화대혁명기간 중 신의주에 진출해 유통상권 등을 이미 장악하고 있으며, 올 6월에는 대만 최대 석유화학 그룹인 포모사 그룹의 왕용칭(王永慶) 회장이 방북해 대규모 투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서구 기업들의 관심은 낙후한 인프라 부문과 지하자원 개발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20일 끝난 '평양 국제기술·인프라 전시회'에 대규모 민간 사절단을 보내는 등 북한 진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연말까지 2차례에 걸쳐 광산 개발과 섬유 부문 경제사절단 파견을 계획 중인 영국과 이달 말 북한에 경제사절단을 보내는 벨기에 등도 투자 예상국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를 통해 몇 차례 북한 진출을 시도해 왔던 미국도 통신분야, 금융, 지하자원 개발 등을 중심으로 경제특구 참여 타당성 검토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동북아 물류기지가 될 신의주 경제특구의 SOC 건설을 위해 일본 기업과 북한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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