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민주당 의원들이 전한 추석 민심은 당의 사분오열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조차 흔들린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노(反盧)뿐 아니라 친노(親盧) 계열의 의원들도 "노무현(盧武鉉), 정몽준 두 후보가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더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탈당 불사파, 친노파 등 각 계파별로 조금씩 다르게 민심을 전하기도 했다.김효석(金孝錫·전남 담양 곡성 장성) 의원은 "호남에서는 노 후보에 대한 영남 지지도가 오르지 않아 실망하는 눈치였고 정 후보 지지가 많이 올랐더라. 두 후보가 통합해야 집권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많이 하더라"며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전했다. 대구 지역을 다녀온 박상희(朴相熙·전국구) 의원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병풍 공세는 영남에서 역효과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설훈(薛勳·서울 도봉 을) 의원은 "서울의 민주당 지지층조차 노 후보가 왜 '우리끼리 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원길(金元吉·서울 강북 갑) 의원은 "노 후보, 정몽준 의원이 따로 가면 지기 때문에 통합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추석민심에 걸어 자신들의 통합신당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친노파의 정세균(丁世均·진안 무주 장수) 의원은 "당이 자중지란으로 패배를 자초하지 않느냐는 우려를 많이 들었다"고 주장했고, 신기남(辛基南·서울 강서 갑) 최고위원은 "정 의원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 분명한 만큼 정치개혁을 제대로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격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낙연(李洛淵·전남 함평 영광) 대변인은 "많은 국민이 우리 당에 대한 걱정과 꾸지람을 했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은 안 된다'는 결의를 많이 해주셨다"고 추석 민심에 대한 논평을 냈다.
한편 자민련 의원들은 대부분 "대선을 앞두고 당이 처한 상황과 향후 진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충청지역 민심을 전했다. 이양희(李良熙·대전 동) 의원은 "자민련의 형편이 어려워진 데 대해 힘내라면서 걱정하는 분들이 상당수였다"며 "어느 특정 후보 지지보다는 이쪽저쪽 후보에도 쏠리지 않은 의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의 한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자민련이 여러 후보 가운데 잘 선택해 중심을 잡아주기를 바란다는 여론도 제법 많았다"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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