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택시를 이용했던 장애인들이 인연을 맺어 결혼했을 때 가장 기뻤습니다."택시기사 양욱(梁旭·50)씨는 14년 동안 변함없이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면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 뒤, 기다렸다가 다시 집까지 함께 돌아온다. 양씨가 택시 운전대를 잡은 1988년 이후 비번날 장애인 태우는 일을 거른 것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어떤 때는 일하는 날에도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만사 제쳐놓고 한 걸음에 달려갑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수입은 개인택시 기사 평균 수입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하다.
이 일이 평생 소명(召命)이 된 것은 동료 운전기사의 사고가 계기가 됐다. "개인택시를 시작하기 전에 다니던 운수회사 동료기사가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는 것을 본 후, 기회가 되면 그런 불편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그 동안 가족들과 나들이 한 번 제대로 못해 볼 낯이 없다"는 그는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하게 지원해 준 아내와 '아빠를 존경한다'며 격려하는 두 아들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동료 기사들도 이런 양씨의 모습을 보고 하나 둘 동참하기 시작해 현재 30여 명에 달한다.
가슴 훈훈한 에피소드도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의 택시를 이용한 장애인들이 인연을 맺어 결혼에 성공한 경우이다. "평소 눈에 담아 온 처녀 총각을 소개해 결실을 맺게 했다"는 그는 "결혼식 후에 얼마나 기뻤던지 몇 일을 웃고 다녔다"고 했다.
양씨의 택시에는 장애인단체 활동자금 모금을 위해 '사랑의 손길- 껌' 판매대가 설치돼 있다. 그는 "모금되는 돈은 하루에 2,000∼3,0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차츰 늘어날 거라고 믿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이 돈으로 매년 가을 운동회도 열고, 일일찻집도 마련해 부족한 활동비를 보충하기도 한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많이 늘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그는 "장애인이 어디든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하고,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봉사나 기부활동도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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