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7월에 내 놓은 가격정책과 임금개혁, 지난주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신의주 자유경제지역 지정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개혁 조치는 대외적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으며, 내부적 개혁파장을 가늠할 수 있는 조심스런 징후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물론 주변 국가들은 이러한 북한의 개혁이 가져 올 문제점과 과제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문제는 북한의 개혁안이 그 의도에 관계없이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소련 등 동구 사회주의체제 개혁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경제체제의 부분적 개혁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나 동구의 사회주의 역시 대변혁을 겪었다. 북한이 이런 사례와 다른 점은 경제 문제에 익숙한 군의 지지 하에 정치적 안정이 상당 수준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비교할 때 북한이 갖는 공통점은 바로 정치적 안정이다. 다만 북한의 경제구조상 중국과 달리 농업과 공업간의 분리 가능성이 낮고, 화교의 투자와 같은 해외투자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 중국과 다르다.
제한된 북한의 개혁 능력은 북한의 개혁이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지역과 세계의 북한에 대한 반응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단순히 북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와 주변국의 문제인 것이다.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일례로 경의선이 상징적으로 연결된다 해도 시설이 노후화해 있어 철도를 새로 건설하는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구 사회주의 국가의 경험은 각종 산업시설 또한 거의 무용지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재원확보 전략은 일본의 과거 보상, 남한으로부터의 투자 유치, 중국 러시아 및 일부 서방국가의 제한된 참여 등이다. 동시에 북한은 정치적으로 체제와 정권의 보장을 위해 군사·안보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미국과 군사교섭을 통해 정치적 관계개선을 추구하면서 가능한 한 북한에 대한 각국 이익의 균형을 꾀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여러가지 자금조달 방안 가운데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동시에 이들간의 시간 차(북미·북일간)에 따라 단기적으로 북한에 주는 압력은 아주 클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목표가 체제간 평화공존과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서 오는 혼란을 막는 것이라면 북한 경제개방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 개혁 촉진을 위한 지역적·국제적 협력체제의 구축에 나서야 한다. 우선 우리는 북한 개혁·개방의 정치적 중요성에 비추어 관련 국가간의 대북 지원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다만 협력체제 하에 우리의 역할을 최대화함으로써 대 북한 영향력의 국제화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현재 북한 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력체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있다. 이 모델의 장점은 우리 역할과 국제적 협력의 균형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북한과의 신뢰구축 강화이다. 이를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 더불어 북한체제 개방에 대한 지역적 차원의 지지를 재확인하여 북한 지배그룹의 체제전환에 따른 불안감을 덜어주어야 한다.
셋째, 체제 공존이 가시화함에 따라 통일의 성격에 관한 국내 논의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햇볕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났던 추상적 논의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통일 비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낮게 보아 왔고, 따라서 북한 개혁·개방에 따른 비용 부담 논의는 피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진정한 의미에서 개혁·개방을 추진할 경우 소모적 논쟁으로 인해 지역적·국제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 문제를 남한이나 한반도 차원에 한정시켜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우리에게 국내적, 지역적, 국제적으로 한 차원 높은 논의와 새로운 합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용출/서울대 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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