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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주5일 근무제/장밋빛 뒤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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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주5일 근무제/장밋빛 뒤의 그림자

입력
2002.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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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40시간 주 근무제도가 시행된다면 여러부문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선 한사람이 두가지 직업을 동시에 갖고 생활하려는 욕구가 작용, 이른바 듀얼 직업(Dual Jobs)시대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회사가 한 사람에게 한가지 직업만 갖도록 강요하기 어려워지고 보수는 향상되지 않고 돈을 쓸 시간만 증가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이 때 상대적으로 급여가 많은 직업인에게는 보다 윤택한 여가 환경이 주어지는 셈이 된다. 반대로 한가지 주 직업(Main Job)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운 이는 다른 제2의 서브직업(Sub Job)을 찾아 나서야 하는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국의 일터환경이 두가지 직업을 동시에 가질 만큼 탄력적이거나 용량이 다양하지 못하다는데 심각한 고민이 있다.

일부제조업과 호텔등 기술적 직업 여건상 24시간 기계를 돌려야 하는 직장조직의 경영자들도 고민이다. 이들 경영자는 일주일에 2일동안 일할 근로자들을 채용할 때 파트타임, 계약직 고용 등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려 들 것이다. 그러면 일자리는 일시적으로 늘겠지만 과연 국민들의 진정한 직업여건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의심스럽다. 주 5일 근무가 가져올 장미빛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들이 자기직무에 관한 재충전, 여행기회 확대, 직장에 따라 유지운영비 절감효과를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의 안정성(安定性)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시간이 많아지면 씀씀이가 늘어날 것이고 주 5일 근무제 후에는 경영자들이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폭을 극도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 들 것이다. 보수증가 속도가 둔화되면서 주부들이 직업시장에 대거 뛰어들려는 경향이 증가할 것이다. 그럼에도 직업전선에서 정규직을 구하기 어려운 주부들의 불만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 5일제 근무 이후에 밀려올 수 있는 정책시행 후의 장점만을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점을 착실히 발견하고 문제별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민의 근로 환경변화문제만이 아닌 생활 패턴의 변화 차원에서 보다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공청회를 더 연다든지, TV토론을 통해 기업인과 직장인 등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더 들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이 제도가 가져올 사회적 직업적 여가적 충격을 알려주고 적응할 준비를 하도록 한 후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해도 늦지 않다. 산업혁명 이후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200여년 이상 논의된 근로 시간 문제를 정치공약이라고 해서 정치적 입법으로 풀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주 5일제. 방향은 좋다. 누가 적게 일하고 같은 보수를 받는다면 싫어할 사람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을 통해서 성장해야할 나라이다. 24시간 공장을 돌려야하는 제조업체 경영자들이 1일 3조 편성을 한 생산(生産)조부터 1일 4조 편성으로 바꿔야겠다고 걱정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숙련공이 충분한 산업분야라면 괜찮겠지만 국내에 그 산업분야의 숙련공이 충분하지 않다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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