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회가 개점휴업(開店休業) 상태다. 지난 16일부터 각 상임위 별로 국정감사가 한창이지만 정보위는 3월11일 테러방지법 심의를 위해 열린 이후 지금까지 6개월이 넘도록 전체회의 한번 열지 못했다. 업무의 기밀과 특수성을 인정, 국가정보원의 경우 정보위의 심사로 국회 예결위의 심사를 가름하는 국회법 규정을 감안할 때, 이대로 간다면 국정원의 내년 예산안 심사도 불투명하다.정보위가 이처럼 '식물인간'이 된 것은 민주당의 거부 때문이다. 7월11일 16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가까스로 마무리된 이후에도, 한나라당이 홍준표 의원을 정보위원으로 보임한 것에 민주당이 비토하고 나선 것이다. 홍 의원이 안기부예산 총선자금 전용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의 변호인을 맡고 있다는 점을 제척 사유로 삼아 제동을 걸었다. "정보위 활동에서 얻은 국정원 정보를 김기섭씨 재판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고, 이에 홍 의원은 즉각 변호인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후 2개월이 지나도록 민주당은 여전히 정보위 회의소집에 불응하고 있다. 말로는 홍 의원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속셈은 딴 데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말부터 국정원 간부들이 각종 비리사건에 관련됐던 것들이 정보위 활동을 통해 다시 한번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김은성 전 2차장 등이 '특수사업' 명목으로 진승현씨로부터 돈을 받은 일, '윤태식 게이트'의 국정원 관련설, 전·현직 국정원장이 김홍업씨에게 '용돈'을 준 일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정보위가 국정원의 잘못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상기하면, '국정원이 매 맞을 일'이 많을수록 회의는 더욱 열어야 한다. 민주당은 더 이상 오기를 부리지 말고 정보위를 정상화하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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