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118일에 걸친 장기파업에 두 차례 공권력 투입 등으로 진통을 겪었던 경희의료원 노사분규가 또 다른 방향으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17일 타결을 이뤘으나 비노조원과 파업 비참가자들이 "법과 원칙을 어긴 노사합의"라며 재단과 노조측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정부와 노동계는 그동안 노사관계에서 배제돼 있던 '침묵의 다수'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사태의 추이를 비상한 관심으로 주시하고 있다.
19일 경희의료원 전체인원의 80%에 달하는 교수, 비노조원, 비파업 직원 2,000여명은 찬반투표를 통해 70.3%가 노사합의안에 반대했다. 한 직원은 "이는 법적인 효과는 없지만 대다수 구성원의 입장을 분명히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수협은 이와 함께 "파업 참가자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며 400여명의 전보조치를 요구했다. 이들의 불만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일을 안해도 절반 가까이 봉급을 보전해 주면 파업 내내 고생한 사람들은 뭡니까."
합의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유명철(兪明哲) 의료원장을 포함한 보직교수 5명 은 이미 보직사퇴서를 낸 상태다.
경희의료원의 합의안은 파업 중인 가톨릭중앙의료원에도 불똥을 튕겼다. 노조는 당장 같은 수준을 요구하고 나섰고 의료원측은 "무노동 무임금과 파업 참가자 징계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도 경희의료원의 합의가 나쁜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고수가 정 어려웠다면 임금의 최대 20∼30%를 주는 선에 그쳐야 했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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