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은행이냐 지주회사냐.'합병의 위력을 나타낼 국민은행의 옛 주택은행과의 전산(IT)통합이 23일로 다가온 가운데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최근 은행·증권 등을 연계한 금융네트워크 상품을 출시하고 조만간 자회사간 고객정보 공유를 알리는 신문공고를 내기로 하는 등 지주회사 체제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은 "IT가 통합되면 다른 은행들은 바짝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신한지주는 1·2금융권을 망라한 복합 상품개발 등으로 '지주회사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은행권은 합병은행과 지주회사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신한지주가 첫 선을 보인 금융네트워크 상품은 자회사인 신한은행, 신한카드, 굿모닝신한증권이 공동으로 만든 FNA(Financial Network Account). 이 상품은 통장 하나로 은행, 증권, 카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벽을 허문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주식매수주문을 내면 은행계좌에 있는 돈이 자동으로 주식계좌로 옮겨지고, 주식거래로 발생하는 마일리지(서비스적립 포인트)도 은행과 증권사에 동시에 쌓이게 된다. VIP서비스도 통합돼 은행 예금과 주식 평가금액을 합산, 1억원이 넘으면 이자 감면과 수수료 면제 등 우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신한지주는 또 최근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이 확정됨에 따라 지주회사의 가장 큰 이점인 자회사간 정보공유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됐다. 850만명에 달하는 자회사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합, 맞춤식 투자 안내서(DM) 발송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고객이 2,310만명이나 되는 국민은행의 IT통합이 가져올 시장파괴력도 엄청날 전망이다.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서둘렀던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도 "국민은행 IT가 통합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은행이 옛 국민과 주택은행의 고객정보와 예금 및 대출자산, 네트워크 등을 비로소 공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전산을 이중 처리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신상품 개발 등을 자제해온 국민은행은 앞으로 본격적인 공격 경영에 발벗고 나설 계획이다. 최범수(崔範樹) 국민은행 부행장은 "IT통합은 합병은행의 발목을 잡아온 굴레가 벗겨지는 것"이라며 "그동안 미뤄온 이미지통합(CI), 중복점포 폐쇄 및 이동, 브랜드 광고, 간판 교체, 고객관계관리(CRM) 등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김 행장의 '튀는 성격'상 IT통합 직후 대출금리 인하 등 가격공세를 통해 타은행에 직격탄을 날릴 가능성도 있다.
최영휘(崔永輝) 신한지주 부사장은 "국민은행이 금리를 내릴 경우 자회사간 합동작전을 펴서 대응할 것"이라며 "물량위주의 '과자팔기'식 영업을 탈피해 이젠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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