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8일 경의선과 동해선 상에서 동시에 착공식을 열었지만 각각 다른 비중을 두고 행사에 임했다. 김석수(金碩洙) 총리서리는 경의선이 연결되는 도라산역 행사에 참가한 반면, 북측 홍성남(洪成南) 내각총리는 동해선 착공식에 참석했다. 홍 내각총리가 1시간 30분이면 달려갈 개성이 아니라 굳이 수해로 교통이 여의치 않은 금강산에 찾아간 것은 그 만큼 북한이 동해선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북측은 이례적으로 동해선 행사에 한해 남측 언론의 취재를 허용했다. 반면 남측은 6·15 공동선언 이후 경의선 연결을 최대 숙원사업으로 간주해왔다.북측이 동해선을 우선하고 있다는 사실은 17일 체결된 철도·도로 실무합의서의 북측 발표문에도 드러났다. 경의·동해선이라고 발표한 남측 합의서와는 달리 북측은 경의선에 해당하는 '서해선'보다 동해선을 앞세웠다. 북측은 합의서 2항에서도 동해선을 앞에 놓았다.
북측이 동시 착공, 동시 완공, 동시 운영을 강조하면서도 동해선을 중시하는 것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과의 연결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동해선과 서울을 연결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TSR 연결을 추진해온 러시아측의 입김이 그 만큼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북한은 이 사업을 통해 연간 1억∼2억 달러의 통과 수수료를 챙길 구상도 갖고 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4월 방북한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에게 불쑥 동해선 카드를 제기한 후 '속도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밀어붙였다. 북한 군부가 군사 전략상 방어가 힘든 서부지역보다 전·후방 간 거리(縱深·종심)가 길어 방어에 유리한 동부지역의 동해선 연결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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