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가 프랑스의 가을을 물들인다. 23일 개막하는 '파리가을축제'를 시작으로 12월까지 석 달간 파리 낭트 생제르맹 등 프랑스 여러 도시에서 전통 춤과 판소리, 현대음악, 영화 등 한국 문화 전반을 두루 소개하는 대규모 문화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1972년 시작된 파리 가을축제는 음악 무용 전시 영화 등을 아우르며 매년 15만명 안팎의 관람객을 불러모으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종합예술제다. 매년 한 나라를 정해 전통문화를 폭넓게 소개하는데 올해는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초청됐다. 조세핀 마르코비츠 예술감독 등 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 1년간 네 차례 방한, 각종 공연을 참관한 뒤 전통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작품을 위주로 10개 초청 프로그램을 직접 선정했다.
23∼25일 파리 샤틀레극장에서 열리는 개막공연에서는 국립국악원 공연단이 살풀이 춘앵전 태평무 강강술래 등을 선보인다. 국악원은 27, 28일 루앙 둘린극장에서도 두 차례 무대에 서며, 이어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28일∼10월12일 파리 낭트 등에서 9차례 공연한다.
해외공연 최초로 판소리 다섯마당 완창 무대(10월7∼19일)도 열린다. 안숙선 이난초(춘향가) 김일구(적벽가) 김수연(흥보가) 조통달(수궁가) 김영자(심청가) 명창의 소리를 미리 감상한 마르코비츠 예술감독은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진한 감동을 느꼈다"고 평했다. 한국 축제 행사로는 가장 먼저 티켓이 매진돼 이번 축제의 최고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큰 무당 김금화와 서해안풍어제보존회가 꾸미는 굿판도 관심을 모은다. 르 피가로는 최근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한국예술의 진수 발견'이란 기사에서 파리축제에 소개될 한국 문화를 격찬하면서 대동굿 공연을 "올 가을의 가장 놀라운 순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고은 황동규 신경림 시인이 참여하는 시 낭송회 및 관객과의 대화, 은율탈춤·하회탈춤 공연, 극단 미추의 꼭두각시 공연, 윤이상 박영희 등 한국이 낳은 현대음악 거장들의 작품 연주회, '취화선' '오아시스' '생활의 발견' 등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거나 주목받았던 영화 14편을 소개하는 '한국영화제' 등도 이어진다. 이번 축제는 유럽에서 열린 한국 문화 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우리가 경비를 마련한 과거의 행사와 달리 프랑스측이 항공료를 제외한 현지 체제비와 홍보비, 출연료 등 10억원을 부담키로 해 더욱 의미가 깊다.
또 한국 일본 베트남 등 3국이 참가해 28일부터 12월 초까지 열리는 '낭트동아시아 축제'에서는 가야금 4인조 '사계'와 언더그라운드 그룹 'BYUL' 등 신세대 아티스트들이 공연하고, 최정화 오인환 등 미술가 18명의 작품전도 열린다.
11월 파리 교외 생제르맹에서는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금호4중주단, 정명훈 등이 참가하는 '한국문화축제'가 열린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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