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신발을 신고 훈련을 할 수 있게 됐어요." 18일 오후 경기 연천군 공설운동장 야외무대. 초가을 뙤약볕에 까맣게 그을린 2002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 육상 국가대표선수들이 '뽀빠이' 이상용(58)씨로부터 그토록 갖고 싶던 새 운동화와 유니폼을 받아 들고는 오랜만에 함박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장애인 육상선수 43명이 연천을 찾은 것은 지난달 초.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는 이들은 10월26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대회에 대비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이 곳까지 흘러왔다. 명색이 국가대표선수지만 합숙소도 없어 이리저리 잠자리를 구하러 다니고 변변한 유니폼조차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신발이 없어 맨발로 훈련하는 선수까지 있었다.
어려운 이들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이상용씨는 이달 초 선수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곧장 연천으로 달려갔다. 열악한 상황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씨는 "선수들이 보자마자 고기를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고 유니폼과 신발도 필요하다고 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은 연예인을 만나보고 싶다고도 했다.
이후 3주 내내 동분서주한 이씨는 가수 정수라씨와 댄스그룹 큐빅 등 10여명의 연예인들과 함께 이날 연천을 다시 찾아 위문공연을 열었다. 흰색 새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연천군민들과 어울려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한껏 즐거워 했다. 사고로 왼팔을 잃은 멀리뛰기 선수와 지체장애 2급의 단거리 선수는 직접 무대로 올라가 노래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씨는 선수들 사이를 누비며 옷과 신발치수가 맞는지를 꼼꼼히 챙겼다. 점심에는 푸짐한 고기 파티도 열렸다.
이복순(李福順·51·여) 코치는 "눈물 나게 힘든 상황이었는데 뽀빠이의 도움으로 이제야 번듯한 국가대표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고 감격해 했다.
이상용씨는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며 "역경을 이겨낸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온 국민이 성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천=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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