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프로데뷔 11개월만에 삼성증권배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을 일궈낸 김대섭(21·성균관대)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아마 신분이던 서라벌고 2학년때인 1998년 코오롱컵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던 김대섭은 당시 미완의 대기로서 프로골퍼들에게 '무서운 아이'로 불리웠다. 그는 지난해 한국오픈에서도 무려 29년동안 깨지지 않던 최저타(16언더파 272타)기록을 세우며 또 한차례 국내 톱골퍼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김대섭을 17일 성균관대에서 만나 지난 1년간 프로골퍼 생활의 애환을 들어봤다.김대섭은 예상과 달리 수줍음을 유난히 탔다. 게다가 앳된 학생티도 물씬 풍겼다. 우승 했을 때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났느냐고 묻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며 그냥 덤덤했다는 대답이 이어졌다.
사실 제주 신제주중앙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한 김대섭은 구력이 9년째다. 제주 오라CC직원이던 아버지 김충만(48)씨 덕분에 골프장을 드나들다가 자질을 눈여겨본 한연희 프로가 입문을 권했던 것 이다.
김대섭은 올 시즌 프로에 뛰어들면서 1승과 상금랭킹 5위를 목표로 세웠는데 1승의 목표는 이번에 달성했고 상금도 1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랭킹1위를 달리고 있다. 대회 상금 대부분을 부모에게 준다는 김대섭은 "돈 쓸 일이 많지 않은데 석달 전에 만난 여자친구와의 데이트에 가장 많이 든다"고 귀띔했다.
KPGA선수권 최종라운드에서 베테랑 최광수 프로와 맞대결해 심리적 부담이 많지 않았느냐고 묻자 "최광수 선배가 부담 없이 대해줘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플레이를 했다"며 "최 선배에게는 지금도 고마운 생각뿐"이라고 했다.
올해말 일본무대에 진출하기로 계획을 세웠던 김대섭은 "일본진출은 다음시즌으로 미뤘다. 몸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먼저 체력을 보강한 뒤 내년에 생각해보기로 했다" 며 일단 국내대회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에 대해서도 김대섭은 오히려 프로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아마추어일 때는 대회에 나가면 당연히 우승할거라는 주위의 기대가 부담스러웠는데 프로가 되니 그런 기대가 없어져 부담 없이 대회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습은 수원 집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용인 88CC에서 하루 6,7시간 정도 한다. 공은 집중적으로 500개 정도를 때린다. "우승하기 전날 아버지가 경기내용이 부실하다고 꾸지람을 많이 했다"며 그러나 마지막 날 우승을 확정짓고 난 후 죄송스러운 마음이 사라졌다고 들려준다. 골프를 하지 않았으면 다른 운동을 했을 거라며 운동에는 어떤 종목이든지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달래느냐고 묻자 "포커 페이스로 유명한 데이비드 듀발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의 무심타법이 특히 맘에 든다. 그래서 나도 단전호흡 등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가르시아와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는 김대섭은 영화감상이 취미인데 이날도 친구들과 영화보러 가기로 했다며 인터뷰가 끝나자 마자 서둘러 약속장소로 떠났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 프로필
1981년 경기 부천 출생
신제주초등(1994년)-신제주중앙중(1997년-서라벌고(2000년)-성균관대 3학년 재학중
키 173㎝ 몸무게 63㎏
프로입문 2001년 10월8일
올시즌 상금랭킹 1위 (1억6,6418만원·17일현재)
부 김충남(48) 모 홍의숙(44)씨 사이 외아들
좋아하는 음식 닭백숙
취미 영화감상
존경하는 골퍼 데이비드 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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