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실의 한 공주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고백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읽을 때 늘 소리 내서 읽는 버릇 때문이었다고 한다. 링컨전기를 읽고 링컨이 평소 소리 내서 책을 읽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학생시절에 책을 읽을 때에는 소리 내서 읽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물론 도서관에서 남들과 함께 있을 때는 정말로 불편하였다.그런데 책을 소리 내서 읽으려면 유달리 집중력이 필요하다. 즉 읽는 동안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소리가 나지 않게 되고 그러면 곧바로 내가 책을 읽다 말고 딴전을 피우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소리 내서 읽으면 암기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통해 옛날 사람들이 천자문을 가르칠 때 큰 소리로 따라 읽게 하거나 또는 스님들이 각종 경(經)을 읽을 때 목탁을 두들기면서 음송을 하는 까닭은 모두 책을 소리 내어 읽게 되면 얻게 되는 이러한 장점들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또한 노래 말이 쉽게 외워지는 까닭도 그런 연유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나라의 공주가 그렇게 좋은 방법으로 책을 읽던 중 왕따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던 것이다.
어제 아침에도 지난번에 말했던 초보자 두 사람을 만났다. 둘은 친구이면서도 서로 다른 레슨프로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머리가 벗겨진 사람이 약간 더 통통하게 보이고 키가 조금 더 작았다. 둘의 키는 한결같이 171㎝인 나보다 작고 그들의 몸무게는 58㎏인 나보다 아마도 10㎏은 더 나갈 듯 보였다. 그런데 레슨프로는 그들의 생김새와 반대로 비교적 날씬한 몸매에 나보다 키가 크다. 특히 두 사람 가운데 키가 더 작은 사람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의 키는, 또 다른 프로의 키보다 훨씬 더 컸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체형은 얼른 보아도 전혀 달랐다.
똑같은 흙이라도 솜씨 좋은 도공을 만나면 고려청자가 되나 솜씨 나쁜 도공을 만나면 죽사발이 되고 만다. 같은 나무라도 도목수를 만나면 구중궁궐의 동량지재로 쓰일 수 있으나 땔나무꾼을 만나면 잘 돼야 장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 골프를 잘 치려면 무엇보다 먼저 초보시절에 좋은 선생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좋은 선생의 첫째 조건으로는 자신의 체형과 비슷한 체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바를 남에게 말하기 십상인데 체형이 다르면 골프스윙에서의 느낌도 다르게 되고 따라서 같은 말이라도 그 뉘앙스가 달라진다. 그런 관점에서 비추어 볼 때 요즘 연습장에서 만나는 아저씨들 가운데 적어도 한 분은 레슨프로의 선택을 잘못했다고 보여진다.
물론 나의 이런 생각은 잘못일 수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내가 좋은 독서방법 가운데 한 가지라고 생각해오던 그런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어느 공주가 왕따를 당함에서 드러나듯이 말이다.
/소동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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