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면 으레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을 떠올린다. 마을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문화유적도 풍부하다. 하지만 고택(古宅)에 얽힌 역사공부만 한다면 머리가 무겁다. 직접 몸으로 느끼며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숙소와 체험관광 거리를 찾아보자. 국제탈춤페스티벌까지 열려 안동의 가을엔 볼거리가 더욱 많아졌다.● 지례예술촌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도 반들반들한 적송(赤松)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임하댐에서 피어오르는 그윽한 물안개를 바라본다. 1625년에 건립된 125칸에 17개의 방이 있는 전통 양반가옥으로 종택(宗宅), 제사를 지내는 제청, 서당 등이 있는 고풍스런 숙소다. 하회마을 문밖에서만 살펴보던 전통가옥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주인 김원길씨는 안동 양반들의 삶에 대한 넉넉한 통찰과 유머를 담은 '안동의 해학'(현암사·2002년 발간) 저자이자 시인이기도 하다. '예술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구상, 유안진, 도올 김용옥 등 숱한 문인들이 다녀갔다. 주인장의 입담대로라면 '아프가니스탄을 뺀 전세계에서'순례객이 찾아올 정도다.
안동시내에서 영덕방향으로 36㎞나 떨어져 한적하다. 오는 길 곳곳 거친 자갈밭이 있고, 휴대폰조차 되지 않아 '오지마을' 의 분위기도 풍긴다. 마루에서 안동소주 한 잔을 기울이다 보면 갖가지 모양과 크기의 풀벌레들이 날아들어 소주잔에서 텀벙거린다. 그만큼 공기가 맑다. 1박 2일(2식) 숙박료가 1인당 3만∼5만원. 화장실과 난방시설은 현대식이다. 인터넷(www.chriye.com)으로 예약을 해야 하며 안동시내에서 예술촌 전용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길이 험해 가급적 해가 저물기 전에 찾는 것이 좋다. 경북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 산 769. (054)822-2590
● 안동예절학교
"추석에 하는 절이라면 남자는 왼손이 위에, 여자는 오른 손이 위에 오게 손을 모아야죠. 발뒤꿈치를 들면 반(半) 절이 되니 꼭 발등을 땅에 닿게 하세요…." 유교의 본고장에서 전통 예법을 배운다. 아이들에게 특히 좋은 숙박·교육기관이다.
전통배례(拜禮), 한복바로입기를 비롯해 차 마시는 법, 식사예절, 민요·장구 등 우리가락, 서예와 사자소학 같은 한문서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급식 예절 등 시대변화에 발맞춘 커리큘럼도 있다. 2년전 폐교를 활용해 지은 건물로 지금까지 1만여명이 다녀갔다. 김행자 원장은 "학생들이 의외로 전통예절 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하며, 집에 가서도 배운 대로 해보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예절을 중요시하는 태권도학원 등 주로 단체여행객들이 많이 다녀가지만 방학때는 개인손님도 많이 찾아온다. 1박 2일(3식)에 2만3,000원. 하루동안 인사법과 식사예절 등을 배우는 당일 입교는 8,000원이다. 하루 이상 숙박할 경우 도산서원 하회마을 등 주변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이용 3일 전까지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안동시 와룡면 감애리 434번지. 안동시청에서 도산서원 방면으로 승용차로 15분 정도면 닿는다. (054)841-0511
● 풍산한지공예전시관·유천한지미술관
전주만 한지의 본고장이 아니다. 안동에는 전국 최대 규모인 풍산한지공장이 있으며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도 많이 난다. 그런 만큼 체험거리도 풍부하다.
풍산한지공예전시관에는 실크스카프 못지않게 화려하고 정교한 나염을 입힌 갖가지 한지와 공예품이 전시·판매된다. 닥나무 찌는 냄새를 맡으며 한지 제조과정을 관람하고, A4크기의 한지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체험비는 1인당 500원이며 20명 이상의 단체가 사전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 공장과 붙어 있는 유천한지미술관은 특유의 번짐성 때문에 '우연의 선과 색'을 만들어내는 한지의 멋과 맛을 흠씬 체험할 수 있는 곳. 가위나 칼, 물감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염색한 한지를 손으로 찢어붙여 그리는 '한지화'만을 전시한다. 방문객 누구나 작품을 만들어 전시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추석기간에 가족의 추억을 주제로 한 '가족추억그리기' 대회를 연다. 참가비는 1인당 3,000원(재료비 포함)이며 선정작은 1년간 전시된다. 개관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6시. 월요일 휴관(추석기간에는 운영). (054)859-7706
● 하회별신굿 배우기
"팔을 어떻게, 얼마만큼 뻗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을 숙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회탈의 섬세한 숨결이 묻어납니다." 임형규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회장이 시범을 보인다. 두툼한 체격이지만 육감적인 기녀 '부네'의 탈을 쓰면 신기하리만치 섬세하고 요염한 분위기가 배어 나온다.
양반탈, 선비탈, 부네탈 등 9개 하회탈의 특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세 명의 전수자들이 직접 탈춤을 가르친다. 구경만 하는 탈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하고 입체적인 체험. 20여명 이상 단체로부터 수시로 접수를 받는다. 1∼2시간 강습에 수업료는 강사 1인당 10만원. 매주 토·일요일 오후에는 별신굿 전편을 공연하기도 한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28일∼10월6일) 기간에는 '탈춤따라배우기' 행사장을 하회마을에 별도로 마련해 하회탈춤 뿐 아니라 양주별산대, 북청사자 등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3개 공연을 하루 3∼4회 무료 강습한다. (054)854-3664
/안동=글·사진 양은경기자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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