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은 17일 대선출마와 함께 현대중공업그룹과 시한부 결별을 선언했다.정 의원은 대선 출마 및 공직임기 동안 현대중공업 보유주식(지분11% 836만주, 시가 1,646억여원) 전량을 금융기관에 신탁· 위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현대중공업의 고문직도 이날자로 사임해 회사와의 공식적인 관계를 모두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개 기업으로 짜여진 자산규모 13위(11조8,941억원)의 현대중공업 그룹은 최소한 올 연말까지 유례없는 신탁경영이 이뤄질 예상이다.
정 의원의 주식을 신탁받는 금융기관은 신탁법에 따라 주식의 보유자가 돼,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며, 정 의원의 지시를 받을 의무도 없다. 명의만 빌려주되 의결권은 본인이 갖는 명의신탁과는 다른 것이다.
정 의원측은 "선진국에서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해 자신의 자산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폐쇄펀드(블라인드 트러스트)의 정신을 살려 신탁기관과 세부적인 계약을 맺겠다"고 밝혔다. 신탁기간에 발생하는 수익은 전액 자선기관에 기부키로 했다.
신탁기관을 어디로 정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정 의원측은 이와 관련 '공신력과 투명한 경영구조를 지닌 시중은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공업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을 제외한 국민·우리·신한은행 등이 우선 거론된다.
정 의원의 결정에 대해 우리증권 이종승 연구원은 "기업 경영에 혼란을 주는 지분매각 등의 방법보다 신탁이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그러나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신탁 이후 정말 대주주의 영향력이 사라지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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