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대도시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드문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산이 아주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도시와 산이 일체화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여하튼 도시의 경관정체성에 산이라는 존재가 당연한 것처럼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지리적 입지요인보다 풍수의 원리가 더 크게 작용했으니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내가 자란 도쿄는 그렇지 않았다. 시내에서 사방 어디를 보아도, 아무리 멀리 바라봐도 있는 것은 색 공기와 시멘트 덩어리 뿐. 어쩌다 쾌청한 날이면 희미하게 후지산이 보일 정도였다. 따라서 도쿄 사람들이 하룻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소풍이란 유원지나, 인근 공원, 바닷가 등이 고작이다. 등산을 해 보려면 큰 마음을 먹고, 아침 일찍 집을 떠나 전철을 편도 2시간 이상 탈 각오를 해야 한다. 산행은 도쿄 사람들의 손쉬운 소풍거리가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스카이 라인'이라는 말이 있다. 도시능선이라고도 하는데, 하늘에 비친 그 도시의 경관적 그림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도시는 건물 지붕 그 자체가 스카이라인일 것이다. 그러나 서울은 건물의 지붕과 산 능선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다. 이것 역시 다른 나라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다.
한강 유람선을 타 보면, 강가에 병풍마냥 아파트가 시야를 가로막기 이전에는 참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도 재건축에 착수하지 않은 반포아파트쪽에서 관악산을 보면 도시와 자연이 잘 조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다 전통건축으로 하면 더 좋겠지만, 반포 주공처럼 5∼6층 건물 정도가 이 '서울형 스카이라인'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한계인 것 같다.
'지붕의 능선'만을 제대로 가꾸어 보면, 아직 간신히 남아 있는 '산 능선'과의 어울림을 되찾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실은 파괴 일직선이다. 공유지인 산허리를 거슬러 올라간 주택들을 재개발할 때, 경관보다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나머지 산이나 언덕 전체가 고층아파트에 덮혀 버린 지역도 많다. 봉천동, 삼양동, 금호동과 같은 지역이다. 이제 도시의 스카이라인 형성의 주역은 재개발아파트가 되어 버렸다. 언제까지 이런 짓을 계속 방치할 것인가?
도도로키 히로시 일본인 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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