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골잡이들의 사연 담긴 득점왕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2000년 득점왕 김도훈(전북)이 15일 대전전서 2골을 기록, K리그 득점 단독 2위(8골)로 뛰어 오르면서 선두 우성용(부산·10골)과 신병호(전남·7골)의 각축이 3자 대결로 바뀌는 등 안개 속에 빠져들고 있다.▶병상의 딸을 위하여
발과 머리를 가리지 않는 득점력을 자랑해온 우성용(29)이 최근 3경기서 침묵을 지킨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생후 2개월짜리 둘째 딸(소윤)이 1주일전 심장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딸 생각이 나서 도저히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그는 1차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소식에 한 숨을 돌렸다. 그러나 "수술이 2번 더 남았다"며 마음을 졸이는 우성용은 "소윤이에게 생애 첫 득점왕을 선물로 주겠다"고 다짐했다.
▶자율축구의 결과
팀 최고참이지만 노총각인 탓에 숙소생활을 해온 김도훈(32)은 한달전 조윤환 감독에게 독립을 요청했다. 조 감독도 흔쾌히 수락했다. 최고참인 만큼 자율적인 행동이 오히려 팀 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규리그 초반 극도로 부진했던 그는 최근 보름동안 5골을 몰아넣는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하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조 감독은 "웃음이 떠나지 않고 그라운드에서의 활동량도 부쩍 많아졌다"며 흡족해 했다. 올 겨울 결혼 예정인 김도훈은 "환경이 바뀐 뒤 팀에 대한 애착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신인·득점왕 동시석권
11일 전북전서 얼떨결에 오른손으로 골을 넣어 '전남의 마라도나'라는 비아냥을 받은 신병호(25)도 득점왕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함현기(현대) 노상래(전남) 이후 통산 3번째 신인·득점왕 동시석권을 노리는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문전 순발력, 페널티킥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등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핸들링은 인정하면서도 "경기전 서포터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골세리머니를 했다"고 해명하는 등 '신의 손' 파문을 뛰어넘어 득점행진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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