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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탁이 24년만에 돌아옵니다"/만화가 이 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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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탁이 24년만에 돌아옵니다"/만화가 이 상 무

입력
2002.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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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이다. 빡빡머리에 앞 머리카락 몇 개만 나풀거리던 어린 독고탁도, 차가운 인상의 천재형 캐릭터 준도 전혀 나이를 먹지 않은 채 그대로 살아있었다. 1976∼78년 어린이 잡지 '소년중앙'에 연재됐던 만화가 이상무(56)씨의 가족드라마 '비둘기합창'(바다출판사 발행)이 최근 각 240페이지 분량의 4권으로 완전 복간됐다.독고탁 가족의 일상사를 다룬 작품 곳곳에는 1970년대 문화코드가 가득 배어있다. 싸움질만 하는 둘째 봉구가 선택한 스포츠는 당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권투, 그가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해 선택한 아르바이트는 연탄배달이다. 교복을 입은 남녀 중학생들이 빵집에서 모임을 갖거나, 등장 인물들이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시내에서 세수를 하는 모습도 추억을 자극한다. 복간만화를 보는 특별한 맛이다.

이씨는 그러나 "부끄럽다"는 말부터 꺼냈다. "만화시장이 침체한 요즘, 현대의 좋은 작품 대신 옛날 작품을 살려낸 것이 선배작가로서 부끄럽다"는 설명이다. "큰형 준의 사법고시 합격으로 집안의 행복이 이뤄진다는 설정도 지금 보면 유치할 수 있죠. 다만 복간으로 옛 독자들이 다시 만화를 볼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작가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비둘기합창'은 변함없는 그의 대표작이다. 진짜 사람 이름처럼 친근한 느낌을 주는 주인공 '독고탁'이 탄생한 것은 1972년 '주근깨'를 통해서지만, 독고탁이 구체적인 캐릭터를 갖고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바로 이 작품이 계기가 됐다.

"쌀을 훔쳐서 만화를 빌려봤을 정도로 만화광"이었던 작가가 1964년 데뷔 후 쌓은 공력을 남김없이 발산한 것도, 1988년 MBC가 국내 처음으로 국산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도 바로 '비둘기합창'이다.

"1950∼60년대 어린이들의 놀이문화를 다룬 자전적 성격의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제 작품을 복간한다면, 1966년부터 20년 동안 잡지 '여학생'에 연재한 '노미호와 주리혜'를 해보고 싶어요. 원로 박기준 선생님 문하에 있을 때 연재한 작품인데, 이때 처음 박노철이라는 본명 대신 이상무라는 필명을 사용했거든요. 논산훈련소에서도 작품을 연재하는 등 사연이 많아 꼭 복간됐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원고가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여학생' 잡지를 갖고 있는 분의 도움이 있기를 바랍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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