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드림팀'이 뜬다. '거짓말'(1998년) '바보 같은 사랑'(2000년)의 표민수(연출)―노희경(극본) 콤비는 이미숙 류승범과, '여명의 눈동자'(1992년) '모래시계'(1995년)의 김종학(연출)―송지나(극본) 콤비는 장혁 이요원과 드림팀을 구성했다. '아름다운 날들'(2001년)의 이장수(연출) 윤성희(극본)는 전도연 조인성과 팀을 이룰 예정. 특히 연출가―작가로서 호흡을 맞추며 내놓은 히트작들 때문에 벌써부터 이 드림팀들이 이루어낼 시너지 효과가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점치게 만든다.
표민수―노희경은 KBS2 TV가 '천국의 아이들' 후속으로 10월21일 첫 방영할 '고독'으로 2년 만에 재회한다. 국내방송사상 첫 통신동호회를 탄생시킨 '거짓말'의 모태답게, 소수점이 잘못 찍힌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골수 마니아를 만들어내곤 한다. 섬세하고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는 노희경의 대사와 표민수 PD의 감각적 영상이 어우러져 불륜과 같은 위험한 소재를 자극적이지 않고 세련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적.
표―노 콤비의 다섯번째 작품이 될 '고독'도 비슷하다. 기업이미지컨설턴트로 성공한 마흔살 미혼모 경민(이미숙)과 스물다섯살 청년 영우(류승범)의 사랑을 그린다. "마흔이어도 쉰이어도, 내가 사랑하는 한은 여자"라는 겁없는 영우나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만 시한부 삶임을 알게 되는 경민은 '거짓말'이나 '바보 같은 사랑' 못지 않게 감성을 자극하는 인물들. 각각 경민과 영우 역을 맡은 세련미가 넘치는 이미숙과 투박하면서도 순박해보이는 류승범의 조화가 이색적이다. 표민수 PD는 "독하고 모난 감정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감정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며 "젊은 층은 사랑의 순수성과 숭고함에 대해 생각하고 나이든 시청자는 고독한 인생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사의 격랑을 드라마에 끌어들여온 김종학―송지나는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다. SBS TV가 '라이벌'에 이어서 10월26일부터 방송할 '대망'. 한국에 자본주의의 씨앗이 뿌려진 18세기를 배경으로, 경제와 무협을 아우르는 스토리. 최고 64.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귀가시계'라는 별명을 얻은 '모래시계'만한 흥행을 재연할 수 있을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여명의 눈동자'에서는 제주4·3항쟁을, '모래시계'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다루는 등 금기처럼 여겨진 소재에 도전해왔다. 남성적이고 선굵은 극 전개를 이끌어내면서도 멜로적 요소를 더하는 스타일이 김―송 콤비의 성공 요인.
'대망'도 조선 최대의 보부상을 이끄는 우두머리 무영(장혁)과 그의 배다른 형제 시영(한재석)의 대결구도를 통해 민초들이 만들어낸 상인그룹과 대기업과 같은 거상이 부딪치는 모습을 담아낼 예정. 그 속에 여인들과의 사랑이야기까지 얽어넣으면서, 와이어액션을 이용한 무협물적 성격을 가미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장혁 이요원 손예진 등 영화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스타들로 출연진이 짜여졌다. 김종학 PD는 "믿고 따를만한 영웅을 만들어내는 사극이 될 것"이라는 밝혔다.
가요계를 다룬 '아름다운 날들'에 이어 이장수―윤성희는 영화계를 그리는 '별을 쏘다'(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SBS TV를 통해 11월 방영될 예정. '모래 위의 욕망' '아스팔트 위의 사나이' 등 영화 같은 드라마와 영화 '러브'를 감독한 이장수 PD는 윤성희 작가와 호흡을 맞추며 대중의 요구를 드라마에 적극 반영했다. 네티즌들의 의견을 따라 백혈병에 걸린 최지우를 살리는 쪽으로 결말을 잡은 것도 '아름다운 날들'이 지난해 4월 시청률 3위(26%)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끄는 데 한몫 했다. '별을 쏘다'는 영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도연이 회당 625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파격적 대우로 3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출 극본 배우, 모두 이름 값 한다 하는 최고 정예로 이루어진 드림팀. 셋을 합친 이름값 이상의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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