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환자들의 에이즈 집단감염 의혹에 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990년대 초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원료로 만든 국산 혈우병 치료제를 맞고 12명이 집단 감염됐다는 대학교수의 논문 때문이다.초점은 외국산 치료제 때문에 감염된 것인지, 울산대 조영걸 교수의 주장대로 국산 치료제 때문에 감염된 것인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집단감염된 환자들과 매혈을 한 사람의 염기서열이 유전자 분석결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에이즈감염자의 혈장(血漿)이 치료제의 원료로 섞여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는 국산 치료제가 나온 1990년 이전까지는 혈우병 환자들이 외국산 제품이나 혈장 수혈을 했으며, 국산 치료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혈우병 환자는 문제의 B형보다 A형이 훨씬 많은데 B형 치료제에서만 에이즈 환자가 발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와 국립보건원은 15일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통해 하루빨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재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이미 10년 전에도 조사위원회가 상관관계를 분명히 밝힐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으므로, 조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 관계자들이 엄중 문책돼야 하며 사실이 아니라면 조 교수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촉발한 매혈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를 순전히 파문 확산이 겁나 중단한 것인지, 혹시 그 과정에 제약회사의 로비가 없었는지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국산 치료제든 외국산 치료제든 치료제 때문에 억울하게 에이즈에 감염된 것이 더 큰 문제다. 에이즈 감염자 59명이 보건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나 잠적한 상태라는 국정감사 자료도 새로 공개됐다. 재조사는 정밀하게 실시하되, 전반적으로 에이즈 관리에 보다 철저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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