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은 추석에 빼놓을 수 없는 명절음식. 쌀가루를 익반죽해 반달모양으로 빚어 찐 송편은 모양도 예쁘지만 솔잎을 켜마다 깔고 찌면서 밴 솔향기로 더욱 멋스러운 떡이다. 껍질을 벗긴 팥고물 햇녹두 볶은 깨 햇밤 대추 등 소로 들어가는 종류에 따라서 맛도 다양하다.송편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부터. 1680년 '요록(要錄)'에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낸다'는 기록이 나오며 이 밖에 '성호사설' '규합총서' '동국세시기' 등에도 송편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모습은 인스턴트 음식이 범람하는 요즘에도 여전히 정겨운 풍경이다.
예전에는 지방에 따라 이색적인 송편을 만들어 먹었다. 전통음식문화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북쪽에서는 비교적 크게 만들고 서울 쪽은 작고 예쁘게 빚었다. 또 지방에 따라 서로 다른 특산물을 활용해 송편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예로부터 음식문화가 발달해 전라도 지방은 송편에서도 멋을 추구했다. 오미자 치자 쑥 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를 이용, 다양한 색깔과 맛을 내는 꽃송편을 만들어 먹었다.
호박이 많이 생산되는 충청도에서는 호박으로 송편을 빚기도 했다. 말린 늙은 호박으로 가루를 만들어 멥쌀가루와 섞어 익반죽했다. 삶은 밤이나 볶은 통깨를 소로 넣어 빚기도 했다. 호박 송편은 달고 구수할 뿐 아니라 호박의 노란색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호박에는 체내에서 비타민A로 흡수되는 카로틴이 풍부하며 이뇨제가 함유돼 있어 임산부와 심장병 환자에게 좋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도토리를 사용해 송편을 빚었다. 도토리가루와 함께 떡갈나무의 어린 잎가루, 쌀가루를 섞어 떡반죽을 만들었다. 도토리가루는 도토리를 맷돌에 갈아서 물에 오랫동안 담가 떫은 맛을 없앤 다음, 웃물을 따라 버리고 가라앉은 녹말만을 햇볕에 말려서 만들었다. 도토리 송편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멥쌀가루 75%에 도토리가루 25%의 비율로 반죽하는 것이 적당하다.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 강원도에서 감자송편을 주로 만들어 먹었다. 감자녹말을 익반죽해 팥이나 강낭콩으로 소를 넣고 빚어 찐 것. 색이 검으면서도 투명하다. 강릉에서는 이 떡을 빚을 때 손자국을 내 소박한 멋을 내기도 하며 강원도 북쪽에서는 언 감자를 녹여 만들기도 한다. 감자송편은 뜨거울 때 먹으면 구수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별미이다.
칡송편은 감자송편과 그 모양은 비슷하나 칡의 단맛과 쓴 맛 독특한 향을 함께 느낄 수 있다.강원도와 경북일대 산간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토속 음식이다. 칡은 암칡과 숫칡으로 나뉘는데 송편 등 떡을 만들 때는 전분이 많이 나고 겉껍질이 얇은 암칡을 사용한다. 칡녹말을 고를 때는 색이 희고 가루가 잘 부서지는 것이 좋다.
떡반죽을 모시조개모양으로 작고 예쁘게 빚는 조개송편은 평안도에서 많이 해 먹는 떡이다.
소에는 참깨와 설탕 간장이 들어가 고소한 맛이다. 조개채취를 많이 하는 해변지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밖에 제주도에서 만드는 송편은 반달모양이 아니라 비행접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오려쌀(햅쌀)로 만든 오려송편이나 2월 초하루 농사일이 시작되는 중화절에 큼직하게 빚어 나이 수 만큼 노비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노비송편도 특색있다. 오려송편이나 노비송편은 전국 어디에서나 만들어 먹었던 송편이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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