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부친 이홍규 옹이 친일파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지난 12일 인터넷판에서 '역적의 아들이 대통령 후보란 말입니까'라는 제목으로 이 옹을 '악질 친일 주구'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일제시절 이 옹이 검찰서기로 3년간 일했던 황해도 서흥에서의 현지취재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의 증언 등도 함께 보도했다.가뜩이나 대선정국이 정파간의 폭로전 일색으로 흐르고 있는 마당에 조선신보의 이 같은 행태는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 후보의 부친이 친일파라고 공격하는 것은, 어느 후보의 장인이 빨치산 출신이었다고 하거나 어떤 유력 정치인이 서자(庶子) 신분이라고 하는 등의 주장과 더불어 졸렬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후보 본인의 의지와 자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을 들먹이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조선신보가 어떤 신문인가. 북한 정권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조총련의 기관지라는 점에서 일단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신문이 국내정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하다. 혹시 이 후보의 대선운동에 훼방을 놓으려는 것의 이면에 북한 정권의 의지가 담겨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어느 곳에서나 검색이 가능한 인터넷판 신문에 기사를 게재, '국내 독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아 더욱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이미 국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이 후보 부친의 친일논쟁이 심심치 않게 이어져 왔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신북풍설'을 비롯, 지금 정치권 주변에는 북한의 대선 개입에 관한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검증이 불가능한 북한 현지취재를 근거로 내세워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흉계에 대해 철저히 경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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