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생기면 서울대생들은 책을 사고 고려대생들은 막걸리를 마시고 연세대생들은 구두를 닦는다." 1960년대부터 해온 농담이지만, 이런 대학별 특성은 크게 달라진 것같지 않다. 일본 지하철에서 취객을 구하다 숨진 이수현씨나 소매치기를 잡으려다 차에 치여 숨진 장세환씨가 모두 고려대 출신인 것도 대학별 특성이나 교풍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생들은 지적 능력이 뛰어나며 자기확신이 강한 반면 대인관계에 취약하다. 며칠전 서울대가 개최한 '기업이 원하는 인재능력'이라는 심포지엄에서 나온 말이다. 이 행사에서 한 기업의 담당자는 "서울대 출신은 함께 헤엄을 치지 않고 밖에서 해설만 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고려대생은 기존의 장점인 우직함에 서울대생의 장점인 세련됨까지 갖춰 가고 있다는 말도 했다. 서울대출신들은 기업이 원하는 인간형으로서 만족스럽지 못한가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원을 뽑다 보니 성적이 좋은 서울대 출신들의 합격률이 점차 낮아지더라고 소개한 기업도 있다.
■ 지금 서울대생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2001년 신입생의 77%가 대도시와 광역시 출신이며 전문직·관리직의 자녀가 절반 이상이었다. 가난하지만 우수한 시골학생들의 입학은 어렵다. 그래서 국민의 세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 아예 서울대를 없애라는 과격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하지 못하면 서울대생들의 단점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미 의류학과 여학생이 섹시한 모습으로 CF모델을 한 바 있는데도 최근 서울대에서는 법대와 의대의 두 여학생이 연예계에 데뷔하는 문제로 사이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것이다.
■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입시에 지역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 국립대의 역할에 비추어 당연한 일이다. 서울대로서도 대학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 총장은 최근 어느 모임에서 "성장배경과 사고방식이 다른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과 접촉을 통해 창의성이 계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국가와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기회를 비교적 많이 갖게 될 서울대 출신에게는 이런 경험이 더욱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이번에 심포지엄을 연 것도 서울대생들에게 그런 점을 알려 주려는 시도였으리라.
/임철순 논설위원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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