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황인숙
습기를 전해 주던 바람이 습기를 거둬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단풍드는 나무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떨어질 나뭇잎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늙어갈 친구들과 나
소슬바람에 가팔라진 가슴
베어 물듯 귀뚜라미 울고
홀로, 슬며시, 어둡게
온 생이 어질어질 기울어지는
벼랑 같은
밤.
●시인의 말
귀뚜라미는 만물이 쓸쓸해 하는 가을밤 속을 씩씩하고 우렁찬 노래 소리로 가득 채운다. 뭐가 쓸쓸해? 뭐가 쓸쓸해? 뭐가?! 뭐가?! 뭐가?! 귀뚜라미 소리가 명랑한 소름처럼 돋는 밤, 아, 나는 쓸쓸하다.
●약력
1958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등단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산문집 '나는 고독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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