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행보가 갈수록 가관이다. 민주당이 신당 창당에 나선 이래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인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다툼의 양상이 모든 것을 우선하고 있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신당의 이념과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조차 무의미해졌다.민주당은 스스로 설정한 시한이 다가오고, 정몽준 의원의 합류가 물 건너가자 신당 창당이 어려워졌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 불거져 나온 수도권 의원들의 집단 탈당설은 과연 민주당이 제대로 된 정당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수도권 의원들이 집단 탈당해 별도의 신당 깃발을 꽂은 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 등과 후보단일화를 추진한다는 게 집단 탈당설의 요체다. 이들이 과연 집단 탈당을 행동으로 옮길지도 미지수지만, 근저에 깔려 있는 것은 '노 후보로는 안 된다'는 강한 패배의식이다. 또 이들과 별도로 중도성향을 자임하는 의원들은 서명을 통해 통합 신당창당을 주장한다. 리더십의 부재 아래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신당창당을 고리로 당내의 제 세력이 각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신당을 창당하든 말든, 집단 탈당을 하든 말든 이는 그들이 선택할 문제이고 이에 대해서는 12월 대선에서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심한 작태는 자칫 우리 정치수준을 한 단계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의석 113석의 원내 제2당이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권당이었다. 또 전신인 국민회의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달성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과 처방에서 역사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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