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이라크 무기 사찰 재개 원칙에 합의한 데다 수주 내에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라크 문제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엔 연설을 통해 전쟁 전 단계로 즉각 사찰을 촉구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르면 수일 안으로 사찰 시한을 못박아야 한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라크는 유엔 사찰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앞으로 이라크의 대응이 주목된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 이사국은 13일 이라크의 유엔 무기 사찰 재개 필요성과 사찰 이행 시한 설정에 합의했다고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밝혔다. 스트로 장관은 이날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안보리 상임 이사국 외무장관 오찬에서 "이라크에 무기 사찰단을 복귀시킬 필요성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찰 최종 시한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무기 사찰단을 이라크로 복귀시키기로 한다면 그것은 최종 시한을 정하는 것임을 모두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역시 오찬 후 대표로 발표한 성명에서 "상임 이사국 장관들은 이라크의 안보리 결의안 불이행이 심각한 문제이며 이라크는 이 결의안을 준수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특히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후세인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이라크는 추후 발생하는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며 미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유럽연합(EU)의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담당 집행위원은 파월 장관과 회담 후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수개월이 아니라 수주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해 조만간 유엔 결의안 채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 역시 이날 중앙 아프리카 11개국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유엔 결의안에는 반드시 준수 시한을 설정해야 하며 우리는 수개월, 수년이 아니라 수일, 수주를 제시하고 있다"고 즉각 사찰 재개 입장을 재확인했다. 부시는 또 이라크가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행동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하지만 사찰 당사국인 이라크는 유엔 사찰을 허용하더라도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을 굳힌 미국의 공격을 제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무기 사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 아랍 위성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유엔 사찰 중이던 1998년 말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습으로 사찰이 중단된 것을 상기시키면서 사찰은 의미가 없으며 부시의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아지즈 부총리는 자신의 발언이 이라크 지도부의 최종 결정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앞으로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이 구체화할 경우 이라크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랍연맹은 물론 이라크, 요르단 등 아랍 주요국들이 유엔 사찰에 긍정적인 것도 적지 않은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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