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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CEO포럼 논란/한국 디플레이션 가능성 "다가온 현실" "지나친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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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CEO포럼 논란/한국 디플레이션 가능성 "다가온 현실" "지나친 기우"

입력
2002.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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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일본 대만처럼 디플레이션(공급과잉에 의한 불황)에 빠질 것인가. 14일 제주 서귀포에서 한국CEO포럼(공동대표 윤병철 우리금융그룹 회장) 주최로 열린 CEO컨퍼런스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국의 디플레 가능성을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였다.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지역 시장분석 책임자인 앤디 시에 본부장은 한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주로 제조·수출 부문에서 디플레이션 위협이 돌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의 수출 회복세가 지연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있다"며 "한국이 해외시장에서 저가공세를 펴는 중국 등과 경쟁하기 위해 수출가격을 낮추면서 디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내수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한 부동산 시장을 억지로 진정시킨다면 디플레이션 위험은 더 커질 것"이라며 "한국이 디플레이션을 겪지 않으려면 아시아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고급 기술 산업 및 부가가치 상품을 적극 개발, 안정적인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인 조동철 연구위원은 "금리 정책으로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다는 시에 본부장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한국은 1998년 9월 콜금리를 7%대로 대폭 낮춘 이후 저금리 정책을 지속한 덕분에 오히려 디플레이션 위협에서 서서히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 위원은 "디플레이션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이 재정·금리 정책 등을 동원, 디플레이션을 회피하려고 할 것인 만큼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확산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의 수출이나 제조업 분야의 디플레이션 위협은 있지만 서비스 부문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수출이나 제조업 분야에서의 물가 하락을 과연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메릴린치증권 아시아지역조사본부장인 김헌수 이사도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긴 하지만 한국이 당장 그 같은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한국이 올해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인 것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개혁 덕분에 과거 수십년간 관치금융 체제하에서 기업에 편중됐던 금융배분이 개인에게도 돌아가는 등 어느 정도 정상화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위기를 벗어나려면 규제완화, 시장 자유화 및 개혁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귀포=황상진기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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