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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환자들 에이즈 집단 감염/에이즈-혈우병藥 인과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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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환자들 에이즈 집단 감염/에이즈-혈우병藥 인과 밝혀질까

입력
2002.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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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혈우병 환자들이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으로 제조된 혈우병 치료제 주사를 맞고 에이즈에 집단감염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전면적인 재조사에 나서 실체규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최근 에이즈 감염사실을 모르고 매혈한 에이즈 감염자 2명의 혈장이 국내 한 제약회사가 91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혈우병 치료제에 원료의 일부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 제약사가 91∼93년 공급한 치료제를 주사한 국내 혈우병 환자 120여명 중 12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에이즈 혈액'여부 입장 엇갈려

사안의 핵심은 에이즈에 집단감염된 혈우병 환자들의 감염원인이 이 치료제인지 여부. 의혹을 제기한 울산의대 조영걸 교수는 에이즈에 집단감염된 혈우병 환자 4명과 91년 혈우병 치료제의 원료로 사용된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샘플을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원은 이미 94, 96년 두 차례 역학조사를 벌였지만 문제의 치료제와 혈우병 환자들의 에이즈 감염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 당시에도 국내 유전자 분석학자들을 동원, 치료제 주사후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주장하는 혈우병 환자 4명과 일반에이즈 환자 4명, 매혈자 등 15명의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유전학 검사와 역학조사를 벌였지만 동일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이나 상호감염관계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보건원측은 이에 따라 선결과제인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반을 가동, 재조사를 진행중이다.

▶당시 사기매혈 수사도 중단, 의혹

이와함께 논란의 단초가 됐던 90년대 초 에이즈 환자들의 '사기매혈'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외압에 의해 중단됐다는 의혹도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서울지검 서부지청 수사팀은 혈액원 창고에 있던 장부를 통해 에이즈 감염자 2명이 매혈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혈액으로 만든 치료제의 약품 제조번호에 대한 추적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중단됐다. 한 수사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2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30∼40차례 매혈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문제가 된 약품을 제대로 추적하지는 못했다"며 "보건당국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종료돼 재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고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진 측면도 있는 만큼 진상규명차원에서라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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