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검객 현 희(26·경기도 체육회)는 요즘 눈을 뜨기 무섭게 10여분간 가상적을 상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달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에페 종목에서 우승, 깜짝스타로 떠오른 그에게 보름 앞으로 다가온 부산아시안게임이 주는 심리적 중압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끝낸 현 희는 곧 바로 펜싱 동료인 남편(정순조·27·익산시청)과 전화로 대화를 나눈다. 남편의 격려가 고된 훈련을 이겨내는 비결이다.현 희는 "나보다 잘 하는 선수가 많지만 지난 세계선수권처럼 부담 없이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금메달의 각오를 밝힌다. '눈을 떠보니 유명해 졌더라' 는 말처럼 현 희의 등장도 극적이었다. 지난해 대표선발전에서 첫 우승을 한 늦깎이 스타 현 희는 지난달 세계선수권에 나설 때까지 만해도 세계랭킹 129위에 불과한 가능성 있는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 희는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세계 1,2,3위를 차례로 꺾고 한국펜싱 사상 세계선수권대회 첫 금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이루며 혜성처럼 국제무대에 등장했다.
국내무대서 김희정(27·충남계룡출장소) 김미정(25·광주서구청)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현 희는 올 3월 태릉선수촌에 입촌,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이상기 코치를 만나면서 급성장했다. 물론 지난해말 결혼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도 큰 보탬이 됐다.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 현 희에게 이 코치는 몸의 중심부분 근력을 기르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켰고 20여일 동안 키 큰 남자고교 선수들과의 실전훈련을 통해 '이기는 느낌'을 알게 만들었다. 현 희는 대담한 성격에 발놀림이 빠르고 수비가 강한 것이 강점이다. 반면 국제무대 경험 부족으로 경기운영이 서툰 것이 단점이지만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할 경우 금메달이 유력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현 희의 개인적인 목표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남편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것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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