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가 끝나는 대로 고생한 군인들을 초대해 마을 잔치를 열겠습니다." "완전히 복구를 마치지 못하고 떠나게 돼서 죄송합니다."최악의 태풍피해를 입은 강원 강릉시 장현동과 내곡동 일대에서 복구작업을 벌인 육군 화랑부대(부대장 김근태·金近泰 소장) 소속 장병 3,500여명이 응급복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한 13일 오전. 이들의 도움을 받았던 수재민 100여명이 숙영지인 8군수단까지 찾아와 석별의 정을 나눴다.
▶'험한 일 해줘 고마워' 석별의 정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이 날 환송식은 마치 할머니가 손주를 멀리 떠나보내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내곡동에서 40여분을 걸어온 김영분(76)할머니는 물에 잠겼던 집을 말끔하게 정리해 준 군인들의 손을 하나씩 잡으며 "아들 손자들도 못하는 험한 일을 해줘서 고맙다. 다음에 강릉에 놀러 오면 꼭 한번 들르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박영준(21) 상병은 "할머니가 아직 노인회관에서 지내시는데 떠나게 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10월에 있을 정기휴가 때 꼭 다시와서 복구를 돕겠다"고 다짐했다.
마을 뒤편의 저수지 제방이 무너지는 바람에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강릉시 강동면 모산마을 주민대표 박보근(朴寶根·49)씨는 "이것만은 받아 주겠죠?"라며 들꽃으로 엮은 꽃다발을 군인들에게 전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을의 빠른 복구 기원' 화답
화랑부대는 "절대 주민들이 제공하는 음식을 얻어먹지 말라. 만약 라면을 끓여주면 다른 집으로 즉시 이동하라"는 등의 '복구지원 10계명'으로 화제가 됐던 부대. 박씨는 "라면이라도 대접하려고 하니 바로 다른 집으로 가버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하고 군인들을 불러 온 적도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박환섭(朴煥燮·45) 중령은 "우리가 흘렸던 땀보다 더 값진 경험을 주민들로부터 선물 받은 셈"이라며 "부대에 복귀해서도 마을의 빠른 복구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빗속에서도 주민들은 군인들을 나눠 태운 250여대의 트럭 행렬이 길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달랬다.
/강릉=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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